그 남자(이재용), 그 여자(김주경)의 너무 다른 25살

삼성노조 “무노조 경영이 모든 비극 원흉…이건희일가 퇴진해야”

2013-03-1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삼성에버랜드는 일반 대중에 경기도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과 동물원, 식물원, 호화수영장 등을 포괄하는 복합리조트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재계에서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등으로 인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라는 점이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그룹에 입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1년이었고, 그해 ‘청년 이재용’의 나이는 25살, 지난 1월 씁쓸한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김주경씨와 같은 나이였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계열사였던 동양방송에 입사한 나이가 24세(1966년), 이 회장의 장녀이자 현재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임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사원으로 입사한 나이가 26세(1995년)였다는 점과 함께 묶어서 보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삼성 사주일가들에게 25살은 입에 물고 있는 은수저를 금수저로 갈아끼우는 시기인 셈이다.

“근본원인은 무노조경영”

15일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선아 진보신당 부대표는 “주경씨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사과나 유감의 표시도 없는 삼성의 모습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따뜻한 광고 뒤에 숨어 부모님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은 “김주경씨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모든 근본 원인은 이건희 일가가 고집하고 있는 무노조경영”이라며 “무노조경영 분쇄를 위해서는 이건희 일가의 경영퇴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훈으로, 지난해 7월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노동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범삼성가 계열회사에서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 악습이다. 삼성은 수십년간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자들을 납치, 협박, 회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설립을 막았고, 대부분의 삼성계열사 직원들은 노조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업계에 비해 높은 연봉의 달콤함에 길들여져있다가 정리해고 같은 상황이 닥치면 힘없이 숙청되는 구조에 처해있었다. 조장희 부위원장은 “에버랜드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의 비중이 정규직에 비해 굉장히 높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년이나 되는 인턴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고, 근로조건도 상당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앞서 2007년에도 외국인 무용수들에 대한 가혹한 인권유린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회적 파문을 낳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