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할 짓을 이명박이 하고 있다”
살수차 뿌리고, 강제연행하고...경찰 결국 공권력 투입
2009-05-25 매일일보
매일일보닷컴】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이 공권력 투입, 시위 참가자 35명을 연행해 논란이 예상된다.이명박 정부 들어 대규모 집회에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돼 해산을 시도하고 참가자들을 대규모로 연행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가 처음이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국민대책회의'는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학생, 노동자 등 시민 6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경찰은 그러나 행사 진행 과정이 당초 신고된 평화적인 문화제 성격을 벗어나 집시법에 위반된다고 판단, 집회참가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보신각과 광화문 사거리 양방향을 전경버스 수십대를 동원하는 등 집회 차단에 주력했다. 경찰은 확성기를 이용해 귀가할 것을 종용했지만 문화제 참가자들이 이튿날 아침까지 응하지 않고 경찰과 대치를 지속하자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등 시위대와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한겨레 등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자유발언 등으로 평화롭게 진행되던 거리 시위는 이를 지켜보던 경찰들이 시위대를 에워 싸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혼란에 빠졌고, 경찰은 곧 '즉시 해산, 살수 예정'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고,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촛불은 물에 젖어 꺼지기 시작했다.경찰은 이후 방패를 휘두르며 광화문 우체국 앞 1차선 도로에 시민들을 몰아 넣었고, 시민들은 이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등 현장은 금새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시민들은 "평화 시위 보장"을 외치며 경찰에 대항했으나, 경찰은 이에 아랑고하지 않고 여전히 방패를 휘드르며 대열 해산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 상당수 시민들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기자들이 부상당하는 일도 생겼다. <민중의 소리> 취재기자는 경찰의 방패에 안경이 부러졌고, 한 시민은 “집에 있다가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시민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나왔다” 며 “전두환이 할 짓을 이명박이 하고 있다”고 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이와 관련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 측은 37명이 연행됐고, 크게 부상당한 시민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전경을 동원해 강제 해산을 시도했던 경찰은 불법 시위 혐의가 있는 35명을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불법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추가로 연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불법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일부가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며 도로를 점거하다 연행된 사건과 관련,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25일 일부 참가자와 집회 주동자에 대해 "검찰과 협의해 영장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행된 집회 참가자 37명은 서울 송파경찰서 등으로 옮겨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일부 연행자들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광우병 쇠고기 반대 국민대책회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다친 집회 참가자들의 변호를 맡아 해당 경찰을 고소할 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6만여 명이 모였다. 이날 여의도에 모인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촛불문화제 대열에 합류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참가자들은 '협상 무효, 고시철회' 등 피켓을 들고 '아리랑'이 크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는 (이명박) 너나 드세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촉구했다.집회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을 비롯해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요크대 정치학과의 데이비드 맥널리 교수도 발언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