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GS그룹이 뜬다'
자산규모 16조900억원 재계 서열 7위
'아름다운 이별' LG그룹 구씨-허씨가문 동업 청산
동업이 3대째 지분 가진 양가 사람 100명 넘어
지난 7월 그룹분할 이후 시작된 구씨 가문의 LG그룹과 허씨 가문의 GS그룹간 지분정리가 지난달 29일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LG그룹과 GS그룹간 법적 계열분리가 연내에 매듭지어지게 됐다. 1947년 창업한 이후 구씨와 허씨간에 3대에 걸쳐 57년 동안 이어져 온 동업관계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로서 내년부터는 두 그룹의 독립경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특히 재계는 GS라는 신생 그룹의 향후 행보가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가문은 그룹분할을 위한 지분정리를 위해 지난 8월초 자전거래를 통해 구씨측이 보유하고 있던 GS홀딩스 주식과 허씨측이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 일부를 맞교환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소액 지분 소유자별로 지분정리 작업을 꾸준히 벌여나가는 등 추가로 상호지분을 정리했다.
허씨측 대주주가 그룹분할 이후 매각한 ㈜LG 보유주식은 모두 4천800만주(지분율 27.8%)이며, 구씨측이 판 GS홀딩스 주식은 2천5백8만주(27.0%)에 달한다.
LG그룹과 GS그룹도 이날 자전거래를 끝으로 두 대주주 집안간 계열분리는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분리 이후에는 상호 지분율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LG그룹이 ㈜LG와 GS홀딩스로 분할될 당시 ㈜LG에 대한 허씨측의 지분율은 27.9%였고, GS홀딩스에 대한 구씨측의 지분율은 29.6%였다. 그러던 것을 지분 맞교환이나 제3자 매각 등을 통해 상호 보유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다는 설명이다.
두 그룹은 당초 내년 상반기 중 법적 계열 분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서로 독립된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연내 처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내년이면 LG 브랜드 선포 10년을 맞는 LG그룹으로서는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절실했고, 이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GS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마무리 짓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계열분리 작업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그룹분할을 시작하면서 최고 경영진으로 허창수 LG건설 회장과 서경석 전 LG투자증권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 회장과 사장으로 선임했다.
GS홀딩스에 포함된 회사는 5개의 자회사를 가진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 LG홈쇼핑, GS스포츠 등 9개사. LG건설은 구씨와 허씨 가문의 지분정리에 따른 법적 절차가 끝나면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로써 GS그룹은 자산총액 16조900억원규모인 재계 7위 그룹으로 탄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그룹의 총매출은 18조5천억원, 종업원 수는 1만2천명에 달한다.
반면 LG그룹은 작년 말 구자홍 회장이 이끄는 LG전선, E1(옛 LG칼텍스가스) 등 LG전선그룹 12개사가 분리된 데 이어 또다시 GS그룹이 분리해 나감에 따라 33개 계열사에 자산규모 45조6천억원으로 축소됐다.
재계에서는 두 가문의 동업관계 청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동업이 3대째 이어지면서 지분을 가진 양가 사람이 100명을 넘는 등 지배구조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리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두 가문의 동업관계에 대해 재계는 한국 기업사에서 가장 성공한 파트너 관계라는 평가를 서슴없이 내리고 있다.
지분 정리과정에서는 형제간이라고 하더라도 피도 눈물도 없이 다투는 것이 다반사였던 한국 기업사에서 두 가문은 57년간 잡음 없이 동업관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분리작업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는 것이다.
재계가 두 가문의 동업관계 청산을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GS그룹 초대형 M&A 성공할 경우 재계 4위 부상
그룹 사옥 강남타워…국제적 비즈니스 복합타운 만들어
GS홀딩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50여명의 허씨 중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허 회장과 허 회장의 사촌형인 LG칼텍스정유 허동수 회장, 막내삼촌인 LG유통 허승조 사장 등 3명이다.
GS그룹이 LG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LG칼텍스정유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기업이미지 변신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LG라는 브랜드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GS 계열사들이 통일된 기업 명칭이나 브랜드를 쓸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GS라는 그룹 명칭에 대해 그룹측이 LG의 옛 브랜드인 'Gold Star'나 좋은 서비스(Good Service), 좋은 만족(Good Satisfaction)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점을 놓고 볼 때 어떠한 형태로든 LG와는 차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LG와 GS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비록 분리됐지만 LG와 GS의 협력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이 동업관계를 청산한 뒤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LG그룹과 GS그룹은 분리됐지만 앞으로도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관계를 더욱 두텁게 해 둘 다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하자"고 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구 회장은 GS홀딩스의 출범과 관련해 "LG와 GS그룹은 각자의 사업을 더 전문화해 경영 효율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LG', '1등 LG'를 만드는 데 다같이 힘을 합쳐 노력하자"며 "이를 위해서는 핵심기술,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미래의 핵심사업을 일궈 나갈 우수 인재 발굴에서도 선봉장이 돼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1947년 LG그룹을 공동 창업한 허씨 가문의 자손들은 그동안 LG그룹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고 이번 분리과정에서 대부분 GS계열사 및 자회사의 경영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독립적인 회사를 세워 운영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故) 구인회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세운 고 허만정씨의 아들은 모두 8명.
허만정씨는 구인회 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와 6촌간으로 당시 경남 진주지방의 '만석꾼'으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재력가였으며 LG그룹의 창업 자금을 댄 인물이다.
허만정씨의 8형제 가운데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다섯 아들이 현재 GS그룹 경영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GS그룹 총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LG칼텍스정유는 허만정씨의 장남인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2남인 허동수씨가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또 허만정씨의 4남인 허신구씨는 LG유통 명예회장으로, 8남인 허승조씨는 LG유통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LG가 아닌 곳에서 일가를 이룬 경우도 적지 않다.
고 허정구씨는 LG가 아닌 삼성그룹의 창업 주역으로 활동했다.
삼성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창업에 힘을 쏟은 이후에는 나이키 제품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삼양통상을 설립했다. 현재는 장남인 허남각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3남인 허광수씨는 골프용품과 말버러 담배를 수입해 판매하는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LG유통 허신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경수씨는 가스배관과 온돌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코스모그룹을 이끌고 있다. 허만정씨의 5남인 허완구씨는 장남 용수씨와 함께 물류 아웃소싱 회사인 승산㈜을 경영하고 있다.
허만정씨의 6남인 허승효씨는 조명전문회사인 알토를 운영하고 있으며 7남인 허승표씨는 기업체 홍보영상물 등을 제작하는 미디아트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편 GS그룹은 분가하자마자 곧바로 몸집 불리기에 본격 나서고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독자경영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GS그룹은 우선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잉여자금 1조1천582억원을 초대형 M&A와 신규사업 진출에 투입할 계획이다.
GS홀딩스의 입장은 에너지-유통 및 건설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요건에 맞는 기업이 나타나면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
GS그룹의 유통분야 주력기업인 LG유통이 최근 홍콩의 허치슨왐포아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 건강 및 미용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포석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S홀딩스는 또 인도네시아의 유전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하는 등 독자적인 해외유전 개발 사업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GS그룹의 자산규모는 16조900억원으로 재계 서열 7위 수준이다.
재계는 GS그룹이 수천억원대의 초대형 M&A에 성공할 경우 재계 5위인 한화그룹을 제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재계 서열 3위 이내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단계에서 GS그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에너지-유통 분야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에서 찾고 있다.
GS홀딩스는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그룹 사옥인 강남구 역삼동 강남타워를 국제적 비즈니스 복합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리뉴얼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GS그룹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