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자식을 70여일 만에 내 손으로…
간호학과 출신 간호사, ‘오락가락’ 정신질환 앓고 아들 죽인 사연
사랑과 구타 ‘반복’…“시끄럽게 울어 때렸다”
정신질환 앓은 듯…병원 입원 두려워 가출해
아들 사망 후 부부사이 가까워져 안타까움 더해
[매일일보닷컴] 지난달 26일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아들을 상습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일련의 보도대로 아들의 사인은 분명 ‘엄마의 상습적인 구타로 인한’ 두개골 골절이었다. 이는 천륜을 저버린 반인륜적 행위임에 틀림없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비정한 엄마’는 수년전부터 정신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영장이 청구돼 유치장 안에 갇혀 있는 신세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는지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비정하지만, 또 비정하지만은 않은 그녀의 사연을 <매일일보>이 따라 가봤다.
“아기 예뻐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동거남 B씨는 A씨가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아이들을 보면 예뻐서 어찌할 줄 몰라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 또 임신기간 동안에도 뱃속의 아이가 놀랄까봐 조심히 걸으면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걸어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었는데….”B씨는 연신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아이를 너무나 예뻐했지만 하루 종일, 그것도 매일같이 자신 혼자서 아기를 돌보느라 짜증이 났을 법도 하다. 일 때문에 육아에 신경도 못 써주고, A씨를 (아기로부터) 쉬게 해주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면서 연신 “내 잘못”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뱉어냈다. 그는 이어 “그녀가 종종 아이가 운다며 머리에 꿀밤 주는 것을 봤다”며 “하지만 자기의 아들을 그렇게 세게 때렸겠냐”면서 A씨를 두둔했다. 하지만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보면 아이 얼굴에 멍이 들어있던 적이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또 저녁 때 집에 돌아와서 아기를 보면 기저귀를 언제 갈아줬는지 엉덩이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우유를 먹였다고는 하는데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면 세차게 빨았다는 게 B씨의 얘기다.B씨는 “친정엄마와 같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아기를 보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아기 때문에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지 못하니 아기 우는 소리가 듣기 싫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이유 때문에 B씨는 며칠간이라도 A씨를 쉬게 해주기 위해 친구 C씨에게 아기를 3일간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A씨는 아기를 평생 친구가 키워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A씨는 “아기가 없으니 좋다”며 즐거워했다는 게 아기 아빠 B씨의 전언이다.“정신과 가자”는 말에 가출, 현재 동거남 만나
B씨는 언뜻 보기에도 30세인 A씨와 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 또 생후 70여일된 아들이 있다고 하기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예상대로 A씨보다 17살 많은 47세의 나이였다. 띠 동갑도 넘는 나이차의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만나게 됐던 것일까. 지난해 3월 15일 늦은 밤, B씨는 수원역 부근 빌딩 계단에 쪼그리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부산・서울 등 전국 각지의 고아원을 떠돌며 외롭게 자라온 B씨는 처량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여인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나 수원역 부근에는 성매매업소들이 즐비해 있어 혼자두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B씨는 가던 발걸음을 돌리고 그 여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막차가 끊기고, 택시비도 없어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에 측은해진 B씨는 “여자가 밖에서 잠을 자면 위험하니 내 숙소로 가자”며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수원역 부근 한 여인숙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그 여성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B씨의 전언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정이 들어버린 그들은 지금까지 함께 살았고, 그 여인이 바로 지금의 A씨였다. A씨 가족이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가출을 한 상태였으며 가출한 날로부터 사건이 벌어진 현재까지 가족들과의 연락을 일체 끊고 지내왔다. 가출 이유인즉, 가족들이 A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해서였다. 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A씨는 졸업 후 병원에 간호사로 취업을 했으나 번번이 병원으로부터 “A씨 상태가 이상하다.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정신과 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 더 이상 함께 근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A씨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밝혔다. 이 같은 A양의 증세는 대학 졸업 후부터 나타났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 사랑 키워
하지만 B씨는 A씨의 상태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B씨는 이에 대해 “가만히 있다가 혼자 웃곤 했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면서 “평소 말도 잘하고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며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는 이어 “A씨가 실형을 받을 경우 그 기간 동안 돈을 모아 출소 후 병을 치료해 주겠다”면서도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며 기자에게 애원했다. 기자에게 사법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B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일정한 거처 없이 수원 인근의 찜질방과 여인숙, 여관 등등 전전하며 살아온 그에게는 ‘저축’이란 그림의 떡이다.
‘오락가락’ 피의자, 아기 죽은 사실 인지 못해
‘옥바라지(감옥에 갇힌 죄수에게 옷과 음식 따위를 대어 주면서 뒷바라지를 하는 것)’까지 각오할 정도로 B씨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말한 A씨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도대체 그녀의 상태가 어느 정도였기에 아들을 때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