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쟁 시작됐다”-행장들 출사표

2005-12-07     파이낸셜투데이

영업력 강화·비용절감 총력…“출혈경쟁 이미 예고”
강정원 “전쟁은 현실…모두 나가 싸우자”
신상훈 “대회전은 발등의 불”-강권석 “금융빅뱅 총력전”

 

국민·신한·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장들이 내년 경기상황 악화와 씨티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전개등에 대비 “금융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출사표를 내걸고 임직원들을 금융전쟁터로 이끌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은행들의 전쟁은 꾸민말이 아니고 현실”이라며 “잠재력을 극대화해 제대로 한번 싸워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취임 후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은행들의 전쟁이라는 말에 대해 일부 직원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직원은 여건악화에 대응하고 경쟁은행과 싸워 이길 의지가 약하다”면서 이처럼 당부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내 3개 노조의 통합안에 대해 지난달 22일 실시된 조합원 투표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된 점을 소개한 뒤 노조통합을 계기로 잠재력을 극대화 하면 은행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한 직원으로부터 받은 e메일 내용을 전하면서 “영업점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본점은 영업점에 대해 군림한다”며 “본점이 영업점을 섬긴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이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조직문화 혁신에 나설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직원을 평가하는 주요성과지표(KPI)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태스크 포스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각 부문별로 보고받은 예산안에 대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영업환경 악화로 수익을 내기 힘든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경비절감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수익은 줄이고 지출은 늘어나는 그런 예산안은 제대로 된 예산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앞으로 2주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은 지난 11월 1일 취임 후 한달간에 대해 “국민은행에 직제변경, 경영진구성 등 많은 일과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는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이날 열린 월례조회에서 “한국씨티은행, HSBC 등과 기업의 사활을 걸고 펼칠 대회전(大會戰)은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의 불’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고 밝혔다.

신 행장은 “현재 은행권은 지난달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에 이어 세계 2위 은행인 HSBC의 시중은행 인수가 임박,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들과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형국”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12월은 올해 영업의 성공적 마무리와 내년도 준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일대 대회전 진입을 진단했다. 그는 “이처럼 어려울 때 한 발짝 앞서 나가야 진정한 최고은행”이라면서 “우선 자산건전성에 대한 고삐를 한시라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기업의 부도율이 높아지다 보니 10월에만 고정이하여신비율(ABS발행전 기준)이 0.1%포인트 상승하고 대손충당금이 328억원 늘었다”고 덧붙였다.그는 아울러 “엄격한 도덕성은 금융인에게 요구되는 기본 덕목이자 조직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핵심사항”이라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리더계층의 도덕적 해이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검절약의 정신을 가다듬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매진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는 또 한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제 2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며 “향후 5~6년 국내 은행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소수의 선도은행과 2~3개의 외국계 은행과 1~2개 특수은행으로 구조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강 행장은 특히 “경기의 바닥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가 우리의 준비된 실력으로 ‘예고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내년 한 해 동안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더욱 똘똘 뭉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전의를 다졌다.
한편 은행장들의 이같은 우려는 국내 주요기업들의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국내 2천80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2005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도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9.1%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나타나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31.2%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되는 것이다.

산업별 설비투자 증가율은 제조업이 올해의 42.4%에서 10.0%로 위축되며 특히 설비투자를 주도하는 정보기술(IT)업종이 올해 63.4%에서 6.1%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도 통신업, 유통업 등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13.8%에서 7.4%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증가율은 올해 45.8%에서 내년 11.0%로 위축되며 중소기업은 올해 6.8% 감소에서 내년 13.0% 감소로 더욱 악화된다.
설비투자의 내용으로는 제조업의 경우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68.3%를 차지했으며 이중 신제품 설비투자는 30.8%로 3.7%포인트 확대된 반면 기존제품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37.5%로 4.6%포인트 감소했다.

연구개발 투자의 비중은 6.1%로 올해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은 내년 설비투자 자금중 80.0%를 내부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