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PC방도 아니고, 모텔도 아닌 것이…”

돈 없는 대학생 유혹하는 <프리존> 천태만상 ‘완벽공개’

2009-06-05     류세나 기자

신촌・종로・구로공단 일대 ‘암암리’ 분포…들어갈 때는 ‘당당히’
개인 사생활 보호 ‘확실’…‘묘한 분위기’에 커플들 너도나도 방문
새로운 性 놀이터로 전락하나…미성년자들 눈에 띄어 탈선 우려 

♪ DVD보다 지루해져오면, 온라인 게임 접속 하면 되고, 그것도 싫어지면 씻으면 되고~♪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모 통신사 CM로고송을 개사한 노랫말이다. DVD를 볼 수도 있고,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다. 그것마저 싫으면 TV를 봐도 되고, 아니면 씻고 잠을 잘 수도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곳이 생겨 장안의 화제다. 특히나 20대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 이곳은 어디일까? 이곳에서는 DVD를 볼 수는 있지만 DVD방은 아니다. 또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고, 침대형 소파까지 딸려 있어 실상 모텔과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모텔 역시 아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는 이곳, ‘프리존’의 실상을 <매일일보>이 파헤쳐봤다.

20대 초반 한창 피 끓는 나이의 A씨(22・남)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다. 그는 그저 연인과 단둘이, 둘만의 공간에 있고 싶었다. 그렇지만 ‘학생’이라는 빈곤한(?) 신분 탓에 그녀와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매번 모텔 등과 같은 숙박업소를 찾는다는 건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신촌, 종로, 구로공단 등지에 “좋은 곳이 있다”고 소개 받은 A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문제의 ‘그곳’, 프리존을 찾았다. 프리존의 입간판에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과 DVD 완비’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DVD 방과 다름없다. 덕분에 A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모텔을 들어갈 때와 달리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히’ 들어갈 수 있었다.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기자는 지난 10일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역 부근에 위치한 ‘프리존’을 찾았고, 소문대로 프리존의 입구는 여느 DVD방의 모습과 똑같았다. 계단을 오르던 중 열려진 가게 문을 통해 살짝 보인 수백여개의 DVD CD는 영락없는 ‘DVD방’이었다.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가게 점원은 “처음 왔냐”고 물으며, 프리존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그에 따르면 프리존은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2시간을 기본으로 방 한개 당 1만3천원의 금액을 받으며, 더 머물러 있기를 원할 경우 시간당 6천원의 추가금액을 받는다는 것. DVD를 보기 원할 경우에는 카운터 앞쪽에 늘어서 있는 CD 중에서 고르면 되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최신 영화는 객실 내에 비치돼 있는 컴퓨터에 다운로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마치 오피스텔처럼 철문이 즐비한 ‘다소 밝은’ 복도로 들어섰다. 일반 DVD방이 밖에서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창문 흉내를 낸 ‘최소한’의 창을 갖고 있다면 프리존은 철저히 개인적인 사생활이 확보된 공간이었다. 집, 오피스텔과 같은 ‘철문’을 이용한 것은 물론 방문 또한 카드키를 접촉시켜야만 열리는 호텔식 도어락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프리존 객실 내부풍경은 말 그대로 ‘묘했다’.

‘샤워시설’은 언제 쓰는 물건인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 바로 옆에 설치돼 있는 샤워시설이었다. 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 한켠에 마련돼 있는 샤워시설. 욕조나 변기 등은 없었지만 세면대와 샤워기, 또 수납칸에 진열돼 있는 수건은 ‘야릇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더블 사이즈는 족히 될 것 같은 침대인지 소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모호한 그것. 그와 함께 현관 한쪽에는 ‘심야정액제,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11시까지 2만5천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샤워시설이 완비돼 있고 널찍한 침대(?)까지 구비된 곳, 더군다나 같은 시간대에 모텔대실료가 보통 3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면 프리존은 지갑 얇은 젊은 커플들에게 제법 솔깃할 법도 하다. 게다가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두 대의 컴퓨터가 구비돼 있고, 그 위로 커다란 PDP가 걸려있어 영화를 보기에도 그만이다. 에어컨 설치는 기본이고, 점원에 따르면 방바닥에 온돌장치까지 장착돼 있어 바닥온도 조절도 가능하다.과거 비디오방・DVD방 등이 성인들의 性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을 당시,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DVD방의 아르바이트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불투명 창문이 낮게 처리된 곳은 지나가다가 방 내부가 보이기도 하는데 영락없이 둘만의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다들 얼마나 뒹굴었는지(?) 손님들이 나간 후 방을 치우다보면 쇼파에서 동전이 많이 발견된다. 간혹 쓰레기통에서 스타킹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연인들은 그곳에 숨어(?) ‘몰래’ 사랑을 나눴다. 그러나 보다 진화한 프리존에는 창문도 없다. 본인이 아니면 문을 열수도 없다. 대놓고(?)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이곳 프리존은 샤워시설까지 갖춰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같은 가격으로 DVD방에서 ‘시끄러운’ 액션영화를 볼 일이 없어지게 된 것.

모텔도 아닌 게 방을 빌려주는 렌탈업이라고?

도심 속 ‘떳떳한 모텔’ 프리존. 그렇다면 그곳은 DVD방일까, PC방일까, 그것도 아니면 모텔일까.

기자가 찾은 구로공단점 프리존의 업주는 ‘단기렌탈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디오방도, 그렇다고 DVD방도 아니”라며 “우리는 비디오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제로 ‘방’을 빌려주고 그 외 서비스는 옵션으로 부가된 단기임대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성년자만 받지 않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두 대의 컴퓨터가 구비돼 있기 때문에 연인만의 공간이 아닌 업무나 과제 등을 위한 유용한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업무나 과제를 위해 그곳을 찾는 사람은 없는 듯 여러 쌍의 연인들만이 들어오고, 또 나갔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프리존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암묵적으로 증명된 셈.

사실 기자는 지난 8일, 일요일 저녁에도 이곳 프리존을 찾았었다. 허나 당시에도 프리존 입구에는 DVD를 고르고 있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만 보였을 뿐 업무를 위해 그곳은 찾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또 그날 업주는 “빈방이 없다”며 다음에 다시 찾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자칭 ‘건전한 오피스 문화’, 그 실상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어 딱히 적용할 명확한 법규조차 없는 프리존. 과연 이 업소가 업체측이 주장하는 긍정적인 사무용도로 사용될 지, 아니면 또 다른 탈선의 장소로 사용될 지는 의문이다.우선 프리존은 PC방과 같은 시간제로 원하는 시간만큼 (모텔보다 싼 가격으로)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도심 한복판에 건전한 양 ‘떳떳하게’ 자리 잡고 있어 말 그대로 ‘쪽팔릴 걱정’없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는 분명 젊은 연인뿐만 아니라 모텔 등과 같은 숙박업소에 출입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도 솔깃할 법하다. 아니 분명 솔깃하고, 호기심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충분하다. 하지만 프리존 입구에는 ‘미성년자의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을 뿐, 실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알 턱이 없다.

그렇다면 ‘건전한’ 오피스문화라고 자처하고 있는 프리존은 과연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 곳일까.
업체측 말대로 이곳은 관할구청에 단기임대 전대업(임대한 공간을 다시 임대하는 사업)으로 등록・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를 입증하듯 프리존 객실의 한쪽 벽면에는 손님을 임차인으로 명시하고 있는 공고가 붙어있다.

프리존의 본점 격인 신촌 프리점 관할 마포구청 한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법규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는 변형업체임에는 틀림없으나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들 역시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는 등 탈선의 소지는 충분하지만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며 “법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태 업종이라 할지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심 속 간이모텔’이라는 오명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프리존, 과연 이 업소가 업주들의 주장대로 건전한 오피스 문화로 자리 잡을 지 아니면 연인들을 위한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