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살리기…연예인들이 나섰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한류(韓流) 열풍이 중국을 넘어 일본 열도를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러시아는 물론 중남미에까지 확산되면서 수출에도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류 열풍과 관련된 관광산업도 크게 호황을 누리고 있어 국내 관광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류 열풍에 따른 유무형 경제적 효과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현재 한류 열풍이 가장 강렬하게 몰아치는 곳은 일본이다.
경제적 효과 전체 산업으로 파급
국내 관광업계 즐거운 비명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주역은 단연 탤런트 배용준씨. ‘겨울 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이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일본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의 일본식 애칭 ‘용사마’가 올해 일본의 최대 유행어로 선정됐을 정도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시사용어집 ‘지에조(知惠藏) 2005’ 간행을 기념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올해의 유행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용사마’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이치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보다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류 열풍에 힘입어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였던 강원도가 일본 고등학생의 수학여행지로 부상하는 등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은 5천797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735만6천명보다 61만7천명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은 5천704만7천명으로 28만8천명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한류열풍으로 92만3천명이나 찾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만9천명이나 늘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것은 춘천과 남이섬 등이 ‘겨울연가’ 촬영지로 최근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폭발적인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한류열풍으로 조성된 관광분위기를 최근 유행하는 웰빙 관광상품으로 접목시켜 명실상부한 국제적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류 열풍에 따른 일본 관광객 급증은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간의 전세기 운항 항공사에도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작년 11월말 처음 개설한 이 노선은 최근 탑승률이 평균 80%를 웃도는 황금노선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인천 나리타 편보다 비싸지만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제값을 주고 표를 사는 알짜 손님이 85%를 차지해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듯 일본에서 불고 있는 ‘용사마’ 열풍을 이용해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여행사, 호텔 등 관광업계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행사들은 겨울연가와 대장금 촬영지에다 스키장, 국내 테마파크를 연계한 여행 패키지상품을 개발해 일본과 중화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도 한류 열풍이 수출에 대단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를 거쳐 중국과 일본에 상륙한 한류 열풍은 이들 지역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상품 전체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류의 ‘후광(後光)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음악, 게임 등의 인기를 활용하는 등 한류열풍을 의식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실 한류의 후광효과는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지난 99년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드라마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여자 주인공 김남주의 인기가 치솟았고 당시 김남주를 모델로 이용했던 LG생활건강의 드봉 화장품이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면서 대박을 터트린 게 그 시발점이다. 드봉 화장품의 베트남 시장 매출은 2000년 568만달러에서 작년에는 1천167만달러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주인공 안재욱 신드롬이 불면서 안재욱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삼성전자의 컴퓨터 모니터가 중국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류의 부수 효과를 의도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한 곳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기업이 태평양과 중견 휴대전화업체인 VK다. 두 회사는 ‘엽기적인 그녀’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로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해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이 전략은 성공으로 이어져 두 회사 모두 금년 매출이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일본에서도 한류 열풍이 몰아치면서 한국 제품의 판매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제품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소주 김치 고추장 등 일본인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들의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77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진로의 소주 수출량은 94년 114만상자에서 지난해에는 448만상자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진로는 98년 일본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일본 시장을 석권했다.
두산도 올 들어 10월까지 소주의 일본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396만5천상자(700㎖짜리 12병 기준)에 달했다.
김치와 고추장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겨울연가 촬영지 강원도 외국 관광객 몰려
러시아, 중남미에도 한류 열풍 몰아쳐
두산 종가집은 올 들어 10월까지 일본 시장에 1천480만달러어치의 김치를 수출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규모다. 종가집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일본인의 기호에 맞는 소량 포장 제품을 개발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원F&B는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김치 120톤을 일본에 수출했다.
고추장의 경우 해찬들과 대상이 발군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해찬들은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00% 늘어난 600톤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상 역시 작년보다 15% 증가한 460톤에 달할 전망이다.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일본 가전제품시장에도 국산 제품들이 선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일본 시장에 내놓은 ‘2도어 콤비 냉장고’ 5개 모델이 10월말까지 6만대 이상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목표인 5만대를 넘어선 수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연간 목표를 8만대로 상향조정했다.
LG전자는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와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TV 등의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MP3플레이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형 MP3플레이어인 ‘YP-T5’를 일본 시장에 내놓고 도쿄 등지에서 대규모 사회 공헌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이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현지 가옥 구조를 고려해 소음을 낮추고 크기를 줄인 냉장고를 출시해 최근 일본 외국산 냉장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일본에서 연간 목표치인 15만대 이상을 무난히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한류 열풍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도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인기가 엄청나게 높다.
KOTR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또 국산 자동차에 대한 인기도 급속도로 증가해 수출이 최근 3년간 약 4배로 늘어났다. 한국 제품의 인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쪽으로 2500km 떨어진 이르쿠츠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남미에서의 한류 열풍도 점차 그 강도가 세어지고 있다.
현재 브라질 TV 시장의 24.5%, DVD플레이어 시장의 25%를 LG전자가 장악하고 있다. 또 브라질 모니터 시장의 70% 이상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중·고가 휴대폰 시장에서 두 업체는 각각 4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 달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해 이곳에서의 한류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역시 브라질의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어 양국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1억8천명이라는 남미 최대의 시장을 놓고 한국과 중국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한국서 큰 인기를 누렸던 댄스 시뮬레이션게임기 펌프도 중남미지역에서 한국 가요를 비롯한 한국문화 보급과 한류 전파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중남미지역에서 펌프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다. 이 게임기는 지난 3년간 멕시코에만 1만여대가 설치됐다. 이외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미 등의 거리 곳곳에 설치된 펌프 게임기도 3천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펌프는 오락기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남미 젊은이들이 보아, 코요테, 쿨, 왁스 등 주로 한국 댄스가수들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펌프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가요를 알게되고 이것이 한류 확대에 큰 역할을 하게 돼 문화 수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 열풍이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외국기업들도 한류를 마케팅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의 TCL과 명신화장품공사는 2003년부터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해 자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배용준을 모델로 기용, 아시아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와치 올림푸스 지오다노 등이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간접광고(PPL) 스폰서로 참가한 것도 아시아시장 공략의 일환이다.
온라인게임 캐릭터도 한류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
대만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인 ‘리니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미국의 코카콜라와 P&G는 자사 제품의 포장지에 리니지 캐릭터를 등장시켜 대만 청소년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섰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우리에겐 바람직하겠지만 그 역풍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가까우면서도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류처럼 일방적으로 흘러드는 문화에는 반작용이 있게 마련인 만큼 상호교류를 위한 자세도 갖춰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한류는 문화적 영역에서 발원됐지만 그 효과는 전체 산업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