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불법사찰 물타기 말라"

2012-04-02     이정아 기자
[매일일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사찰 문건 중 80% 이상을 참여정부에서 작성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어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물타기에 나섰다"며 "합법적인 공직자 감찰과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뒤섞어 본질을 흐리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언론노조는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이전과 이후의 문건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민간인이 사찰 대상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부인과 의사, 사립학교 이사장, 목사, 서울대병원 노조, 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민간인임이 분명한 사람과 기관이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이전 문건에는 민간인이 등장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물타기에 나선 MB정권에 동조하면서 자신도 피해자인양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이날 한국진보연대, 철도노조, 서울대병원노조와 함께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불법 사찰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데 청와대는 전형적인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조직과 민간인을 사찰하고 증거를 은폐한 핵심 세력으로 청와대를 주목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자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사건의 은폐에 어떻게 가담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7개 팀을 꾸렸지만 이번에 밝혀진 자료는 점검 1팀에 국한돼 있다"며 "(나머지) 6개팀의 사찰 내용 등 모든 사찰 자료를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 사찰의 책임자인 것이 분명한 만큼 스스로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찰 대상에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공공기관 노조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경악한다"며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해 '법치' 운운하던 청와대가 앞장서서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