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대한변협 '여기자 성추행 사건' 논평
“여기자들은 그런 자리에 참석해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
2012-04-03 이정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회장 신영무)는 2일 엄상익 공보이사 명의로 낸 논평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과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은 그런 자리에 참석해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며 마치 여기자들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해 '가지 말아야 할 자리'에 간 것인양 비난했다.
엄 공보이사는 이어 "무관의 제왕인 기자는 중립적이고 고고한 입장에서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언론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과 악습들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성명은 기자들의 반발을 샀고,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변협 신영무 회장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출장차 일본에 있던 신 회장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엄 공보이사가 전화로 '이런저런 일이 있는데 양쪽이 다 부적절하다는 내용으로 (논평을) 쓰겠다'고 했다"며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로 알아들었고, 내가 사실관계를 잘 몰라 엄 공보이사에 일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변협도 1시간여 만에 신 회장 명의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제목의 논평을 다시 냈다.
새 논평에선 검찰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현재의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검찰의 노고가 무색할 만큼 곱지 않고, 커다란 실망으로 가득차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골쇄신해 흐트러졌던 내부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자성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엄 공보이사는 법조기자단에 "평소의 소신을 쓴 것"이라며 "해석은 재량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그는 이어 "정의와 인권 측면에서 논평을 작성했다"며 "비난도 감수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고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조 기자단은 대한변협에 엄 공보이사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검 최모 부장검사 등 검사 6명과 서울 영등포경찰서 출입기자단 10여명이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최 부장검사가 만취 상태로 여기자 2명을 성추행했다.
대검찰청은 직후 최 부장검사를 광주고검에 대기발령내고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최 부장검사는 2일 "피해 여기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검은 "중대한 비위로 감찰 조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사표를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