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잡힌 ‘美사령부 비서관 살해사건’ 범인은 ‘초등생’
단돈 10만원에 ‘살인’ 저지른 10대 4인조 8년 만에 검거…절도로 붙잡힌 공범에 의해 밝혀져
2009-06-27 류세나 기자
빈집털이 중 집주인 나타나자 헤어드라이기 줄로 목 졸라 살해
성인된 지금까지 절도행각 계속…공통적으로 ‘결손가정’서 자라
[매일일보닷컴] 지난 2000년 12월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에 발생한 K-55 미군부대 사령부 여비서 살인사건의 용의자 4명이 8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당시 살해현장에 아무런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미제로 분류됐었던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당시 초등학생 3명, 고등학생 1명의 10대 4인조 강도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빈집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후 집 주인 홍모씨(28 ∙ 여)를 헤어드라이기 줄로 목 졸라 살해한 김모씨(26) 등 4명을 강도 살인 혐의로 붙잡아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범행 당시 형사법상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만 14세 미만이었던 일당 허모씨(21)와 황모군(19) 등 2명은 불기소 처리했으며 또 다른 김모씨(22)는 절도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다.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4명 모두는 결손가정에서 자라 가족들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교도 생각날 때만 나가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삶의 낙이라고는 오락실을 다니며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전부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락실 등을 다니면서 돈이 떨어질 때면 빈집을 털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 집이나 초인종을 누르고 사람이 나오면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대며 “ㅇㅇ네 집 아니에요?”라고 둘러대고, 아무도 없는 것이 확인되면 열려진 창문이나 베란다와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했다.지금으로부터 8년 전, 사건이 발생한 2000년 12월 13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이들 일당은 저녁 8시께 평택시 서정동 모 빌라에 위치한 피해자의 집에 침입, 현금 10만원을 절취했다. 그 순간 피해자 홍씨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고, 당황한 ‘어린 도둑’들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홍씨를 넘어뜨려 케이블 타이로 양손을 결박한 후 헤어드라이기 줄로 목을 조여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나이가 제일 많았던 김모(26)씨가 피해자를 쓰러뜨리고 다른 공범인 허씨에게 다리를 붙잡게 하고, 황씨에게는 묶을 끈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등 실질적인 주범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8년여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사건의 전말은 일당 가운데 한명인 김모(22)씨가 특가법위반(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여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가 드러나게 됐다.절도 등 전과 7범인 김씨는 최근 평택지역에서 60여차례의 절도행각을 벌여 지난달 13일 경찰에 체포, 여죄를 추궁하던 중 같은 달 16일 살인사건 용의자임을 자백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계자는 “김씨는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경찰에서 “평생 도둑질을 하면서 살았지만 경찰에 구속돼있는 지금처럼 하루 세끼를 다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 “또 여러 경찰서를 들락거렸지만 평택경찰서 형사들처럼 날 인간적으로 대해준 사람은 없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8년 전 사건을 스스로 자백했다는 것.이에 경찰은 핸드폰 위치추적, IP추적 등을 통해 공범인 김씨, 허씨, 황씨 등을 순차적으로 검거,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 모두는 일정한 직업 없이 절도 등으로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전과도 2범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당 중 막내 황씨는 지난 2001년 12월, 교회에 혼자남아 기도하고 있던 50대 여성에게서 금품을 뺏으려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소지하고 있던 망치로 내리쳐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 역시 형사법상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만 14세 미만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