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이웅열 회장’
‘위기일발’ 코오롱그룹 구조조정 성공할까
이웅열 회장이 대규모 임원‘물갈이’를 단행했다.
㈜코오롱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코오롱캐피탈의 대규모 횡령 사건, 노사관계 악화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코오롱그룹이 단행한 임원에 대한 무더기 감원 인사는 12월부터 본격화될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정기인사에서는 부회장 3명을 비롯해 사장급 이상 임원 5명이 퇴임하는 등 모두 34명의 임원이 물러났다.
신임 상무보 5명이 선임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임원이 기존 127명에서 29명 줄어든 98명만이 남게 되는 대규모 감원인사였다.
코오롱그룹은 그동안 매년 정기인사에서 10% 안팎의 임원 변동이 있었지만 퇴임 임원만큼 신임 임원을 충원함으로써 전체 임원수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올해 인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퇴임한 임원들 대다수가 ㈜코오롱, 코오롱건설, 코오롱유화 등 코오롱그룹의 주력계열사 임원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과 이에 따른 직원 인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같은 대규모 인사 뒤에는 올해 코오롱그룹이 겪었던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주력회사인 ㈜코오롱은 지난 7, 8월 두달간의 구미공장 노조 파업으로 올 3분기에만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1,2분기에 흑자였던 의류사업 부문의 FnC코오롱도 3분기에 67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한 코오롱캐피탈의 한 간부가 470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그 룹차원에서 손실분에 대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검찰에 기소된 간부는 공판 과정에서 전 대표이사의 지시로 횡령이 이뤄 졌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비자금 조성용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그룹 이미지 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그룹이 임원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12월초 이웅열 그룹 회장이 사장단 등 신임 임원들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그룹의 새판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현업 출신의 임원을 승진시키면서 주력 사업 강화에 힘을 쏟을 것임을 내비쳤다.
주력사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 파업으로 적자
대대적인 통폐합…직원 인사도 뒤따를 전망
코오롱그룹은 지난 해 승진한 김영수 FnC코오롱 상무보를 1년만에 상무로 승진시켰고 지난 7월부터 2개월간 파업 사태를 겪었던 ㈜코오롱 구미공장의 조희정 상무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주력 사업의 강화를 꾀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계열사들의 임원이 줄어든 만큼 유사 기능의 조직들이 통폐합되고 이에 따른 각 계열사들의 부장급 직원들의 감원이 예상되는 등 구조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코오롱그룹은 또 내년부터 ▲화학.제조(전자,포장,자동차,고기능성섬유 소재사업 부문) ▲건설(토목,주택,건축,환경.플랜트) ▲패션.유통(캐주얼,스포츠 브랜드,패션 잡화) 등 3개 분야를 중심축으로 육성할 계획이어서 이외의 부실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뤄지게 된다.
이번 인사가 주력계열사 중심으로 단행된 것으로 볼 때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은 앞으로 주력 계열사에 통폐합되거나 매각, 외자유치 등의 방법으로 경영 합리화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오롱그룹의 침체와 관련, 이 회장의‘책임론’도 지적한다. 오너 총수가 그룹 경영에 대한 ‘무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명품 수입차와 명품 의류 수입에 열을 올리는 그의 경영 행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말로만‘책임 경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임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