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워터게이트, MB가 먼저 진실 밝혀야”
시민사회 각계 인사 308명 민간인 불법사찰 시국선언
시민사회 각계 인사와 단체 대표자들은 청와대가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며 국기를 문란케 한 중대범죄행위”라며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참혹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사찰증거 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 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각계 인사와 단체 대표자들은 ▲민간인 사찰내역 모두 공개 및 담당조직 해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구속수사와 권재진 법무부장관 등 사찰 보고라인ㆍ2010년 당시 검찰 수사 지휘라인 및 담당검사들에 대한 전면 수사, ▲권재진 법무부장관 즉각 사퇴, ▲총선 직후 국정조사ㆍ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국정조사 수용 등 책임 있는 태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공영방송들의 충실한 보도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을 구성하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사건 관련자 고발, ▲사찰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비롯해, 4월 4일 촛불집회와 7일 범국민대회 개최 등을 이후 활동 계획으로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문 전문.
민간인 불법사찰,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정부에서 자행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은폐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관련 문건 2천619건을 입수하여 현 정부에서 작성한 481건의 문건 중 86건이 민간사찰과 관련되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는 사립학교 이사장, 산부인과 의사, 서울대병원 노조 등의 민간인 사찰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비위 점검을 이유로 만들어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여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처음 폭로된 2010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은 “어설픈 사람들의 권력 남용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민간인 사찰은 없었으며,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공기업 자회사 임원으로 오인해 우발적으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종익 씨 사건과 남경필 의원 부부 건 2가지만이 민간사찰이라고 수사하고 나머지는 내사종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 핵심 관계자 모두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저 의혹으로 묻혀버릴 뻔 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최근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폭로를 통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폭로했고, 불법사찰 및 은폐 사실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민간사찰 사건의 물타기를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비리 의혹 문건을 여당 의원이 폭로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고, 2010년 수사 당시 검찰이 사건을 축소한 정황도 나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다.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사찰증거를 인멸하고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집권한 지난 4년,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언론과 시민사회, 국민의 입을 막고 기본권을 탄압해온 지난 4년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국민이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권력이 나서 짓밟은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은폐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며 국기를 문란케 한 중대범죄행위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입을 열어야 한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참혹한 사건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는 물론 직접 이 사건의 진상을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불법도청 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여기에 백악관이 연루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시금 백악관이 개입했으며, 이를 감추느라 닉슨 대통령이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다가 결국 그 모든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대통령직까지 물러나야 했다.
작금의 민간사찰 사건도 이와 흡사하다. 이제까지 드러난 정황과 증언들을 종합하면 민간사찰의 시작과 끝은 모두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바로 ‘몸통’이라는 의혹을 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사찰증거 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 검찰수사가 끝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은 검찰을 방패삼아 사태를 모면해보겠다는 꼼수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여론에 밀려 특검을 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특검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입을 열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이에 우리는 오늘 천인공노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하여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정부는 이제까지 벌어진 민간인 사찰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 사찰 대상이 된 사람들은 누구이고 모두 몇 건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찰로 입수한 정보를 당사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민간인 사찰 담당조직을 당장 해체해야 한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밝혀진 청와대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불법사찰을 지시한 바 있는지, 사실과 내역을 보고받은 바 있는지, 증거인멸 시도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검찰은 특검이 가동되기 전까지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장 전 주무관에게 측근을 통해 돈을 전달해 사건 은폐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큰 만큼 구속수사하고,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비롯하여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찰 보고라인에 있던 인사들, 2010년 당시 검찰 수사 지휘라인과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넷째, 수사대상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다섯째, 특검수사와 함께 총선 직후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개최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여섯째,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특검 도입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집권여당으로서 민간사찰 및 증거은폐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것 외에 또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전ㆍ현정권 특검 도입 주장이 물타기나 시간끌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정조사 수용 등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영방송들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내용을 충실히 보도해야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대한민국의 뿌리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앞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떨쳐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우리 국민의 거센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말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21세기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재현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2012년 4월 3일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일동
강경희(다솜이재단 상임이사), 강규혁(서비스연맹 위원장), 강남훈(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한신대), 강내희(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중앙대), 강신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강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대안사회연구소장), 강전희(대전여민회 공동대표), 강정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강태재(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고승석(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대표), 고영훈(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고철환(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서울대), 곽규운(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국장), 구미경(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권기탁(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권낙기(통일광장 대표), 권미혁(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권영국(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김경영(경남여성회 회장), 김경희(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광진(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귀식(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 위원장), 김 균(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 김금옥(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기현(부천YMCA 사무총장), 김기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김남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장), 김달식(화물연대 본부장), 김도현(새사회연대 공동대표),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명섭(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명운(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공동의장), 김병재(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상근(2012생명평화기독교행동 상임대표), 김서중(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성공회대), 김선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김성수(한국투명성기구), 김성훈(환경정의 이사장, 전 농림부 장관), 김세균(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서울대), 김승석(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울산대), 김승호(전태일노동대학 대표), 김영삼(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 김영숙(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 김영순(대구여성회 대표), 김영하(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영훈(전국민주노동조합총면맹 위원장), 김완자(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 회장), 김용진(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윤자(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한신대), 김은희(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김을수(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대표), 김의동(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인봉(안양포럼 대표), 김인숙(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시민시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재열(성공회 신부), 김정헌(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 위원장), 김종민(서울통일연대 대표), 김종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 김주연(기독여민회 대표), 김주영(울산여성회 회장), 김준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위원장), 김중남(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지훈(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 김진희(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김칠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김태성(여수시민협 사무처장), 김태진(민주언론운동협의회 전 의장,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전 위원장), 김한성(전국교수노동조합 전 위원장, 연세대), 김현옥(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 회장), 김혜애(내가꿈꾸는나라 기획위원장), 김희은(여성사회교육원 원장), 남부원(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류명화(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류명화(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 류진춘(경북대 교수), 명진(불교평화연대), 문창기(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민경한(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민양운(대전 풀뿌리여성마을숲 공동대표), 민점기(전남진보연대 대표), 박거용(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상명대), 박경양(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 박경조(녹색연합 공동대표), 박금자(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박두규(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직능대표), 박명철(연세대 전 교목), 박미라(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박봉정숙(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박상철(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박상환(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 의장,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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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으나, 시국선언 현장 참여자들은 무순으로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