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100세 공포 마케팅' 이대로 괜찮은가
2013-04-05 안경일 기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를 상품 판매로 연결시키려는 보험사들의 마케팅 트랜드다.
평균 연령이 늘어나는 반면 은퇴시기는 갈수록 당겨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공포마케팅'이 노후 준비에 대한 무력감만을 줄 뿐이라며 경계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세 보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품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40여 종에 달한다. 비슷한 마케팅전략을 내세우는 증권사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공포마케팅이 금융업계의 주요 전략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마케팅이 생애주기와 관련한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 투자와 보험 등 금융상품이라는 강박관념을 퍼뜨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의 김진욱 간사는 "보험사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가지고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사회적으로 괜한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갚아야 할 빚도 많은데 몇 년째 그대로인 소득은 은퇴 후 설계를 위한 준비를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가계부채가 9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한사람 당 1830여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직장인 백모(56)씨는 "수입에 비해 지출의 폭이 크기 때문에 노후를 위해 따로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없다"며 "광고를 보면 (노후관리를)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32·여)씨도 "빚을 갚거나 전세금 마련 등 돈이 들어갈 곳이 많아서 은퇴 후에 대한 준비를 못하고 있는데, 은퇴하고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광고를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노후 준비를 위해 따로 돈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현 시점에서 당장은 각 가계들이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에게는 (노후 준비)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은 소비자들의 삶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주는 공공적인 역할도 갖고 있다"며 "보험업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공포마케팅을 자제하고 변화하는 사회의 동반자로서 긍정적 논의를 주도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