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광역단체장’물밑 경쟁 본격화

2004-12-10     파이낸셜투데이
서울시장…맹형규·이재오·홍준표·원희룡·박 진·오세훈 자천타천
경기지사…김문수·전재희·남경필·임태희 조기과열 조짐
오는 2006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한나라당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예비후보들의 물밑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의 임기가 아직 1년반 남짓 남아있지만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이미 차기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섬에 따라 ‘무주공산’ 가능성이 큰 이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다음 지방선거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누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가 되고, 당선되느냐 여부는 당내 대선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당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당명 개정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내 당직개편설이 무성하다.

박근혜 대표가 최근 ‘연말까지 당직개편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후임 당직자의 명단까지 나돌 정도로 당직개편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김덕룡(DR) 원내대표 책임론과 이한구 정책위의장 조기 낙마설 등도 당직개편설을 부채질하는 요인들이다.

원내대표가 선출직이기는 하지만 당내 비주류 세력들이 ‘한번만 더 (원내 대책에) 실수하면 책임론을 본격 제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DR이 임기(내년 6월)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며, 정 책기능의 대거 상실로 이 의장의 교체도 당연시되고 있다.

정책위의장이 교체될 경우 6명의 정조위원장들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6명의 현 정조위원장들은 야당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후임 사무총장 인선이다. 박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당명을 개정할 경우 사무총장 교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박 대표와 소원한 관계인 DR이나 비주류 세력들과 두루 친한 김무성 의원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한때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돌았던 김문수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개편은 차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군들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들은 벌써부터 선거를 의식해 타지역으로까지 활동의 보폭을 넓히는가 하면, 특보단·자문교수단 등의 명칭으로 보좌진을 강화하고 언론접촉도 빈번히 하며 얼굴알리기에 부심하고 있다.

맹형규,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3선 3인방과 재선인 박 진, 원희룡 의원, 그리고 17대 총선에 불출마한 오세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맹·이·홍 3선 3인방은 사실상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은 최근 당내 인사들은 물론 언론과의 접촉을 본격화하고 있고, 이재오 의원은 지난 2002년의 ‘이명박 시장 후보 선대본부’ 핵심인사를 특보로 영입하는 등 조직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 의원도 최근 “이제 서울시장 출마준비에 나서겠다”고 반(半) 공개적으로 출마의향을 밝힌 상태다.

당 국제위원장과 국회 국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 진 의원은 왕성한 의정활동과 국제활동을 바탕으로, 지난 대표경선에서 2위로 당선된 원희룡 의원은 개혁성을 무기로 각기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한구 조기 낙마설 당직개편설 부채질
박근혜 ‘연말까지 당직개편은 없다’ 진화

변호사로 돌아간 오세훈 전 의원은 현재는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비정치영역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어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군들은 당내 모임에서도 대결양상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맹형규·박진 의원은 중도보수노선을 표방하는 ‘국민생각’ 소속이고, 이재오·홍준표 의원은 대여강경 및 개혁노선을 추구하는 ‘국가발전연구회’ 소속이며, 원희룡 의원은 소장 개혁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에서 각기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권의 상대후보가 누가 되느냐도 큰 변수. 여권의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김진표 문희상 원혜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군 중 상대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군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크게 4명으로 나눌 수 있다. 부천소사지역의 김문수, 광명의 전재희, 수원의 남경필, 성남분당에 임태희 의원이 잠재적 후보로 꼽힌다. 이들 모두 경기도지사의 꿈을 키우고 준비운동을 시작중이다. 먼저 김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지만 당 세력관계속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이다. 손 지사와의 친분관계가 있진 않지만 3선 의원으로 지역기반이 튼튼하고 인지도도 높다. 당내에서도 비교적 많은 세를 확보하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덕룡 후보에게 지긴했지만 당시 무시할 수 없는 당내 지지세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부천시장을 지낸 원혜영 의원이 출마할 경우 부천소사 지역구인 김 의원의 출마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론 전 의원이 꼽힌다. 민선 광명시장 출신인 전 의원 역시 경기지역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또 여권의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김진표 원혜영 의원이 출마할 경우 행정경험이 풍부한 전 의원이 경쟁력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내 어느 계파와도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전 의원의 장점. 남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내 대표적 소장파 의원이면서 당 대변인과 수석부대표까지 역임하며 대외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없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통’으로 현재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임 의원도 당 안팎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6년간 행정관료 경험을 한 것도 임 의원에게 경쟁력을 실어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규택 김영선 정병국 의원 등도 경기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권 후보인 이 시장, 손 지사가 어느 후보와 손을 잡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 후보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여권 후보가 누가 나오느냐도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