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납치살인사건' 경찰부실 대응... 조현오 사퇴
2012-04-09 최소연 기자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대청마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30일 취임한 뒤 큰 실책없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이날 사퇴는 수원 납치살해사건의 대응미숙과 경찰의 비위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원 납치살해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무능함과 사건축소, 은폐, 거짓해명 등이 확인되면서 조 청장의 입지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찰조사 결과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부실 수색·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착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불린 강남 유흥업소 업주 이경백(40·수감중)씨와 경찰의 유착비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등 경찰비위 문제도 사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칙을 강조한 조 창장의 스타일과 최근 잇따른 경찰비위, 수원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맞물리면서 더이상 조 청장이 자리를 보존하기는 힘들었다는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재직시절 경찰의 비위 척결에 누구보다도 앞장섰고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 청장의 모습을 떠올려볼때 임기를 채우면서 비난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사퇴 압박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론압박을 받은 청와대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청장은 이번 사퇴표명이 청와대와 사전 논의없이 자신이 혼자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조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이를 곧바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1시간 남짓만에 청와대가 수용한 것을 보면 사전교감은 어느정도 있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경위와 경찰의 112 늑장대응 등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의 형식이 당초와 달랐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에는 자신의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부분이 중간 부분에 언급돼 있지만 조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부분에 언급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하겠다는 언급은 대국민 사과문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조 청장이 사의 표명을 한만큼 본인의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안다" 면서 "조 청장의 사퇴 시기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청장이 인선될 때까지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직무를 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