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진실’보다 아빠의 ‘거짓’이 승리하다니…

딸 성폭행 그 후 아버지 '자유인' 된 황당사건, 14년간 키운 의붓딸 성폭행한 ‘못된’ 아빠

2008-07-11 류세나 기자

“아빠가 때밀어줄게”…화장실 따라 들어가 강간
남동생 앞에서도 신체부위 ‘터치 터치 터치’ 서슴

[매일일보닷컴] 지난 3월 초 인천서부경찰서로 자신의 양아버지가 상습적으로 성폭행 및 성추행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 한 장이 접수됐다. 사건을 접수한 의붓딸 박모(16∙중학교 중퇴)양은 양아버지로부터 지난 3년간 수십 회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며 아버지를 고소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씨(47∙무직)는 고소장이 접수되던 3월부터 최근까지 성폭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오고 있다.

사건 접수 이후 약 넉 달간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박씨의 성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성폭행사실은 인정되나 도주우려가 없고, 경찰수사에 협조적으로 응했다는 게 판사의 기각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에서 풀어준 성폭행 피의자 박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피해자인 딸을 폭행하고, 그 충격으로 딸은 가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피의자의 권익보호와 피해자의 안전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하는 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매일같이 술과 도박에 빠져살았지만 그래도 저와 동생 앞에서는 근엄한 모습의 ‘아버지’다운 아버지였어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사건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름에 한창 ‘미쳐’있던 박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포커=벼락부자’라는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때문에 수중에 돈이 생겼다하면 노름판으로 달려갔고, ‘대박의 꿈’과 달리 빈털터리 신세로 돌아오는 게 박씨의 일상이었다. 이에 참다못한 박씨의 부인은 ‘가정은 돌보지 않는 채 몇 년 째 버는 돈을 모두 도박에다 쏟아 붓는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해 3월 서로 남남이 됐다. 이혼을 했지만 둘 사이에는 아내의 불임으로 인해 3살, 2살 때 보육원에서 함께 입양해 온 친남매가 있었다. 부부의 이혼으로 아이들은 모두 입양권이 있는 박씨가 줄곧 키우게 됐고,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엄마가 떠난 후 집안에 남아 있는 ‘여자’라곤 박양밖에 없었다.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부인과의 이혼 후 끓어오르는 성욕을 달랠 길 없었던 박씨의 눈에 10여 년간 키워온 딸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월 중순 인천 서구 석남동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 박양을 강간하고 특정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부인과 이혼하던 200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해 온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를 받고 있다.

“무서워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박양은 경찰에서 “저항도 해봤지만 아버지가 때릴 때 손맛이 맵다는 걸 알고 있어 무서워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처음에는 한 달에 2~3번 정도 강제로 관계를 가졌는데 나중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늘어났다”고 진술했다.본지 확인결과, 박양은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자신과 남동생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부모로 인정하며 믿고 살아왔다. 그랬기에 평생 아버지로 믿고 산 남자에 의한 성폭행으로 받은 충격은 어린 나이의 박양이 감당하기에 더욱 힘들었다. 결국 박양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6년,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원만한 학교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픔과 상처를 달랠 시간을 갖기 위해 결심한 자퇴였지만 그 결정은 오히려 박양에게 ‘독’이 됐다. 밤새 투전판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 박씨에게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박양은 시쳇말로 ‘차려놓은 밥상’이 된 꼴.

증거 불구하고 구속영장은 ‘기각’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 박씨의 행동은 소위 ‘짐승’에 가까웠다. 심지어 1살 터울의 남동생이 보는 앞에서도 박양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 과감한 행동도 서슴없이 자행했다.박양의 남동생은 경찰에서 “누나가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가면 아버지가 ‘때를 밀어주겠다’면서 따라 들어갔다”며 “또 누나의 몸을 만지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해 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진술했다.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산부인과 진료결과, ‘16세 박양의 음부상태가 성인여성과 다르지 않았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며 “그만큼 아버지에 의해 학대받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그러나 박씨는 이 같은 일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고소장이 접수된 3월부터 최근까지 일관된 태도로 “설마 내 딸인데 관계를 맺었겠냐.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의 주장과 달리 범죄 사실은 거짓말탐지기 수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6월 중순 통보된 거짓말탐지기 반응결과, 아버지 박씨의 진술은 ‘거짓’, 딸의 진술은 ‘진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박씨의 혐의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경찰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지난 7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청구 기각 처분을 받았다”면서 “거짓말탐지기 결과와 피해자∙참고인 등의 진술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주위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각돼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신이 저지른 ‘악랄한’ 범죄에 대해 뉘우치기는커녕 부인으로 일관하는 피의자의 태도 때문이라도 꼭 내손으로 구속시키고 싶었다”면서 “고소장 접수 후 박씨은 폭행으로 박양이 가출을 한 상태다. 행여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박양사건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사건의 진위여부는 이후 검찰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