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아빠, 사실은 무서운 늑대’
12년간 친딸 성폭행해 온 ‘인면수심’ 父, 출?퇴근, 생리주기 등 일지 작성해 감시
2009-07-18 류세나 기자
지갑 속에 딸 나체사진∙체모 넣고 다니는 변태적 성향도
부인과 잠자리 안하면서 딸과는 윤활젤 발라가며 항문성교
[매일일보닷컴]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꼭 맞아 떨어졌다. 딸을 둔 부모라면 딸에게 “세상 무서우니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아라” “남자는 다 늑대다” 등의 말을 한 두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또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위험하다”며 일찍 들어오라고 다그쳤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A양의 아버지 역시 그랬다. 딸이 외출을 할 때면 어느 곳에 누구를 만나러 가고, 언제 귀가하는지를 자신이 나서 직접 챙겼다. 심지어 매일같이 노트에 딸의 외출시간과 귀가시간을 적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늑대는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 있었다. 남들이 봤을 때 한없이 자상해보이기만 하던 아버지. 그러나 그의 지갑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지갑 한쪽에 고이 접혀져 있던 종이 안에 딸의 나체사진과 음모가 보관돼 있었던 것. 어떻게 된 일일까. ‘이상한’ 아빠와 그의 딸에 얽힌 사연을 <매일일보>이 추적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1일 자신의 친딸을 12년 동안 수백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박모(58∙무직)씨를 구속했다.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딸 A양(26∙당시 14)이 중학교 2학년이던 1996년 10월부터 최근 7월 9일까지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틈을 이용해 평균 일주일에 1~2회씩 A양을 강제로 범해왔다. 그에 대한 증거로 지난 1997년과 2002년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딸의 나체사진 4장과 음모가 박씨의 지갑에서 발견됐다.이와 관련 한 경찰 관계자는 “97년에 찍은 사진 속 A양의 모습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이었으나 2002년 사진 속 모습은 97년의 반쪽이었다”면서 “성장기 때에 성적학대를 받아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심적 스트레스 또한 상당했다는 게 눈으로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박씨는 왜,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딸을 성적 노리개로 삼게 됐을까. 박씨는 “음부에 체모가 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여자’로 변해가는 딸아이의 몸이 신기했다”며 “처음에는 그냥 보기만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피해자 A양과 박씨의 말을 종합해보면 “처음부터 성폭행을 하지는 않았다”는 박씨의 진술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범행이 시작되던 96년 10월의 어느 날, 박씨는 우연찮게 A양의 벗은 몸을 보게 됐고, 그 때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A양의 중요부위에 듬성듬성 나기 시작한 ‘체모’였다. 아버지 박씨는 ‘신체검사’를 핑계 삼아 A양의 몸을 이리저리 관찰했고, 그 때 A양의 체모의 일부를 뽑았다. 검거당시 박씨의 지갑에서 발견된 체모는 이때의 것이다.그러나 박씨는 거기에서 그치지 못하고, 아빠가 아닌 ‘늑대’로 돌변했다. 아빠의 어처구니 없는 ‘신체검사’가 있은 지 약 일주일 뒤, 박씨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틈을 타 A양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등 아무것도 모르는 14살 딸아이를 강제추행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CCTV 못지않은 아빠의 ‘감시일지’
남녀 간에 스킨십 ‘진도’라는 것이 있듯, 박씨는 딸과의 관계에도 그 ‘진도’를 적용시켰다. 호기심에 시작된 박씨의 관찰이 추행으로 또 성폭행으로 이어진 것. A양 진술에 따르면 처음 얼마간은 몇 주에 한 번씩 성관계를 맺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일주일에 3~4차례 이상씩도 관계를 맺었다. 심지어 박씨는 딸의 생리기간에는 항문성교를 통해 자신의 성욕을 채웠고, 딸이 반항할 것을 대비해 자신의 휴대폰에 성행위 장면과 딸의 음부사진을 촬영해 저장해놓기도 했다. 박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아내의 병을 핑계로 지난 2001년 이후 부인과의 성관계는 없었다. 이와 관련 A양은 “내 말 한 마디로 가정이 깨지게 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면서 “또 싫다고 거부하면 가족들과 내 직장동료들에게까지 아버지와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보통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회부적응으로 인해 학교를 자퇴하는 등 세상을 등지고 살려하는 것과 달리 A양은 정규교육을 마친 후 대학에 진학해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아버지의 협박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지내고 있는 A양에게 치명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그동안에 일궈온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박씨의 ‘간섭’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출근시간, 학원수강 시간, 누구를 만나고 귀가는 몇 시에 하는지, 심지어 생리주기와 관계를 맺은 날 등 박씨는 A양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 감시해왔다. 박씨의 집에서 발견된 ‘감시일지’는 총 8권에 달했다. 이와 관련 박씨는 “일지 작성은 딸에 대한 애정표현이었고, 성관계 역시 서로의 동의하에 이뤄졌다”면서 “가족들이 집을 비우면 A가 먼저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박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딸이 나와의 잠자리를 좋아해 관계를 맺었다”고 말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언니의 기지로 밝혀진 아빠의 범행
그렇게 아버지와 딸의 ‘은밀한’ 관계는 12년간 이어졌지만 의심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극한 평범한 아버지와 딸 관계였다는 게 가족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이 같은 박씨의 범행은 박씨의 첫째 딸에 의해 들통 나게 됐다. 여동생 침대 위에 성행위시 사용되는 성인용품 중 하나인 ‘윤활젤’이 있는 것을 발견한 언니는 진실을 듣기 위해 기지를 발휘, “너 아빠랑 잤지”라며 넘겨짚었다. 그런데 그만 A양이 언니의 꾀에 넘어가 그동안 숨겨왔던 모든 비밀을 털어놓게 된 것.그러나 A양은 자신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박씨를 신고할 엄두를 쉽게 내지 못했다. 신고하는 순간 겉으로나마 단란했던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나고, 신고를 하더라도 박씨가 처벌받지 않게 될 경우 복수의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A양의 언니는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했다. 박씨가 또 다시 잠자리를 요구할 경우, 피하지 말고 들어주되 정액이 묻어있는 휴지와 체모 등을 증거로 확보해 두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성폭행사건이 피해자의 진술 외에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박씨의 실체를 쉽게 드러낼 수 있었다.이와 관련 가족들은 박씨를 “강하게 처벌해 달라”며 “이제라도 평화로운 가정을 만들고 싶다”고 경찰에 하소연했다. 현재 박씨의 부인은 그에 대한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있고,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