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와인사업 철수에 신세계·롯데가 ‘움찔’ 왜?
2012-04-23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LG상사가 자회사 트윈와인을 정리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업계에서조차 설왕설래이다.
지난 16일 LG상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상사는 지난 2007년 트윈와인을 설립하고 와인사업에 진출했으나 이 달부터 정리 작업에 착수해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이나 청산 등의 구체적인 철수 방향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LG상사의 와인사업이 과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상사를 이끌고 있을 때 야심차게 진출한 분야이고, 더구나 국내 와인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사이 우리나라 와인소비는 12.23% 늘어났으며, 국민소득수준 향상과 한미FTA 체결 및 경기회복 등의 영향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9.93%정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련자료 참조 : 비넥스포, ) 때문에 이를 간파한 신세계나 롯데 등 대형유통기업들도 진출해있다. 그렇다면 LG상사는 왜 와인사업을 접기로 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힘와 비판 여론 등이 LG상사의 와인사업 철수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한다. 집권 하반기를 맞은 MB정부는 대기업 상생 기조를 계속해서 이어나감으로써 오는 대선에서 여당의 재벌개혁에 대한 힘을 실어주려하고 있다는 정재계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 지난 2월 와인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앞서도 국내 수입 와인이 지나치게 폭리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최근 구본무 회장이 서브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서도 말들이 많았었는데, 일각에서는 서브원이 영위하는 소모성 자재구매대행업(MRO) 사업이 중소·중견기업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정부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수차례 지적받아왔고, 이에 못 이겨 구 회장이 물러났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LG상사 관계자는 “와인사업으로 큰 수익을 보지는 못했고, 그냥 반타작하는 수준이었다”라며 “이번 와인사업을 철수키로 한 것은 LG상사의 자원개발 등 본연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일 뿐인지, 정부의 압박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된 것 때문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LG트윈와인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흥국증권 한 임원이 인수제안서를 LG상사측에 제출해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는 LG나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이 진출한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며 “사실 황무지나 다름없었는 우리나라 와인시장을 개척한 중소업체들은 따로 있는 데, 이들 유통공룡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거대 유통망을 통해 그냥 다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여 피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시장을 장악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세계나 롯데 역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