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주먹’에 귀신 대신 저승 간 환자

안수기도로 몸에 붙은 귀신 쫓아내주겠다”던 2년차 햇병아리 목사, 50대女 숨지게 한

2009-07-25     류세나 기자

‘용하다’ 소문만 믿고 언니 따라 교회 갔다 ‘황천길’
목사, 감옥살이 무서워 줄행랑 쳤다 2주 만에 자수

[매일일보닷컴] 종교적인 믿음으로 ‘귀신’을 쫓아낼 수 있을까? 과거 무속신앙이 발달했을 당시 우리 선조들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렸을 때, 임신을 하지 못할 때 등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면 “귀신이 붙었다”고 판단, 으레 무당을 불러 살풀이 굿을 하곤 했다.

굿, 기도 등 종교적 믿음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염원에 대한 강한 열망만 있다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비종교인들이 봤을 때 종교인들의 믿음은 단순한 ‘믿음’의 수준을 넘어 ‘맹신’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그에 따른 문제점들은 그간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여러 차례 고발된 바 있다.

최근에도 한 정신질환자가 병원 치료 대신 교회에서 기도받기를 택한 후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안수기도로 정신질환을 치료해 주겠다”며 강모(50)여인을 때려 숨지게 한 동두천시 모 교회 이모(40?남) 목사를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17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두천시 상패면 모 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는 이모씨는 지난 3일 오전 10시께 자신의 교회 기도실에서 “몸에 붙어 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귀신을 쫓아주겠다”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강씨의 머리와 배 등을 3시간여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를 받고 있다.강모씨는 당시 구타로 인한 충격으로 머리 부분과 배 주위에 멍이 들었으며, 늑골부위에는 골절상까지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강씨의 딸과 조카, 두 살 터울의 언니도 있었지만 아무도 이 목사의 ‘과도한’ 안수기도 강도에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내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건강에 장사없다’고 평소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했던 강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약 2주 전부터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는 등 몸이 급속도로 쇠약해졌다는 게 경찰에서 밝힌 가족들의 진술이다.가족들은 강씨의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경북 김천에서 경기도 분당까지 올라와 모 대형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입원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가족들의 선택은 ‘입원’이 아니었다.

‘살겠다’고 찾아간 그 곳에서…

그 길로 서울 동대문구에 살고 있는 강씨 언니의 집을 찾은 강씨와 딸은 평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던 그의 언니로부터 치유능력이 뛰어나다는 동두천시의 이 목사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2일 소문의 주인공인 이 목사를 찾아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목사는 용접공 일을 하다가 목사가 된 지 이제 2년이 갓 지난 ‘병아리’ 목사였다. 때문에 이 목사 교회의 신도 수는 20~30명에 불과했고, 교회규모도 주택건물의 두 개 층을 사용하는 정도로 교세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도로 인한 치유, 소위 ‘기도발이 먹힌다’고 알려진 교회였지만 강씨 일행이 찾아갔을 당시, 기도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 역시 없었다. 2일 오후 늦게 교회에 도착한 강씨의 가족들은 다음날 아침 이 목사의 ‘집중’ 안수기도를 받는 것으로 약속하고 교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드디어 문제의 사건 당일. 그날 역시 강씨의 상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신은 ‘오락가락’, 걸음걸이는 ‘휘청휘청’이었다. 가족들은 오전 8시경부터 기도실에서 강씨의 완쾌를 위한 준비기도를 시작했고, 교회를 다니지 않던 강씨의 딸도 엄마의 병을 고쳐보겠다는 일념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했다.

‘기도로 치료받은 사람 어디에?’

오전 10시경 이 목사의 안수기도가 시작됐고 강씨는 기도실 바닥에 누워 그의 기도를 받았다. 이 목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기도와 함께 강씨의 다리, 배, 머리 등 몸 여기저기를 때렸다는 게 가족들의 증언이다. 심지어 이 목사는 강씨의 배를 밟고 올라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 신체에 멍 자국이 남고 골절상도 입었다.

그렇게 강씨에 대한 공개적인 구타(?)는 3시간 여에 걸쳐 지속됐지만 가족들은 이 목사의 행동에 대해 조금의 거리낌이나 의심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기도가 끝난 후에도 아무런 기척 없이 누워있는 강씨를 본 가족들은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강씨의 숨은 이미 멎은 상태였다.
사태를 파악한 조카가 오후 2시경, 119와 112에 신고를 했으나 이 목사는 곧바로 도주해 2주일간 휴대폰을 꺼놓고 잠적했다.

이와 관련 한 교회신도는 경찰에서 “우리 목사님은 사람을 죽일 사람이 아니”라며 “실제로 기도 받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고 돌아갔다”고 진술하는 황당함을 보여줬다.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이 교회에서 기도를 받고 정신적 문제를 치료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당사자는 병이 나았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다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고 전했다.

늦은 후회, 이미 ‘님은 먼 곳에’

가족들의 권유로 도주 15일 만에 자수한 이 목사는 경찰에서 “강씨를 때린 것은 맞지만 때렸다기보다 안수기도를 하는 방법이었다”면서 “사람을 살리겠다는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 죽음으로 이어지게 됐다. 도망쳤던 기간 동안 지방 소재의 기도원에서 기도를 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며 “이 목사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은 결과가 나오는 8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