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우리금융 매각…이번에는 성공할까?

2013-04-29     이황윤 기자
[매일일보]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정작 시장에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와 시장 여건은 물론 우리금융의 여건이 바뀌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매각 주체가 분명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방안으로 KB금융지주와 합병이 주목받고 있지만 메가뱅크에 대한 여론과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민영화가 과연 성사될 지 의견이 분분하다.

◇합병 방식 허용…떠오르는 KB금융

이번 우리금융지주 매각방안의 큰 특징은 ▲합병방식 허용 ▲예보의결권 제한 ▲일괄 매각 등으로 요약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는 '합병 방식'의 허용.

지난 15일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합병 방식을 제안한 입찰자가 합병금융지주의 신주 외 현금 등 다양한 합병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허용된다.

비록 "경영권 매각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최소입찰규모는 30%를 유지할 방침"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사실상 이는 KB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식교환 등으로 합병하는 방식을 택하면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최근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입찰 참여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인수가 아니라 합병은 가능하다는 뜻 아니냐"라는 해석을 낳았다.

KB금융 내부적으로는 체질을 강화하고, M&A를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동찬 KB금융 부사장은 1분기 주주총회에서 "지난 2년간 그룹의 모든 문제점을 정리하고, 경쟁력 부분에 대한 강화 작업을 해 왔다"며 "헬스클럽에 비유하면 몸을 슬림화하고 근력 운동도 했으므로 지금은 상당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 KB금융의 참여 여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매각방안의 또 다른 한 축인 '예보 의결권 제한'도 합병을 염두에 둔 방안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위가 밝힌 매각방안에는 "합병 등으로 예보가 최대주주로 남는 경우 필요시 공자위 의결을 거쳐 예보 주식의 의결권을 위임 또는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합병비율 등의 문제로 합병 후 예보가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실제로 공자위는 이미 이 경우에 대한 사례분석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과거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할 당시 2:1의 합병비율에 따라 예보가 31%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었다"면서 "이 사례를 상세히 리뷰했다"고 밝혔다.

의결권 위임 혹은 제한은 KB금융 등과의 합병 후 대두될 수 있는 '무늬만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 한 뒤 예보가 최대주주가 되면 민영화가 아니라 거대 금융지주 두 곳이 국가 소유가 되는 모순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특정후보를 염두에 둔 내용을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권말 우리금융 민영화 '안갯속'

KB금융 합병론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매수 주체가 분명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참여 역시 불투명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사모투자펀드(PEF)가 들어오면 좋은 전략적 투자자(SI)도 들어온다. 좋은 SI를 데려올 여건이 된다"고 말했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을 경험했듯이 사모펀드에 대한 매각은 녹록치 않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권 말기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매각 작업에 힘이 실릴 수 있을 지도 의아해하고 있다. KB금융과 합병이 추진될 경우 정권 초부터 줄곧 외쳐왔던 메가뱅크에 대한 반발도 다시 수면화될 조짐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합병을 추진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매수자가 나설 현실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부칠 힘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매수 주체가 약하다는 것이 민영화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우리금융의 주가가 오르고 자산 건전성 등 핵심 지표가 좋아졌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인수 주체가 있는지 여부"라며 "정권 말기에 큰 은행 두 개가 합병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KB금융과 합병을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도 문제다. 더욱이 금융지주와 합병할 경우 중복되는 지점수를 줄이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만큼 극심한 노조 반발도 넘어야할 산이다.

금융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은행 대형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메가뱅크는 이미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며 "철지난 메가뱅크 집착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국내은행 인수는 장기적 성장과 안정성, 공공성을 추구하는 은행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메가뱅크를 강행하거나 사모펀드에 매각할 경우 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반신반의하는 시장의 분위기와 금융권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석동 위원장 특유의 추진력이 또다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