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의혹 박영준 “충분히 소명했다”

3일 새벽까지 18시간에 걸친 검찰조사

2013-05-03     김창식 기자
[매일일보 김창식 기자]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에 소환돼 2일 오전부터 3일 새벽까지 18시간 가량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2일 오전 9시50분께 박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17시간 50여분 만인 다음날 새벽 3시40분께 귀가 조치했다.

조사는 오전 0시30분께 끝났으나 박 전 차관은 변호인과 함께 조서를 3시간 가량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 대검청사를 빠져 나왔다.

박 전 차관은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오면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하면서도 ‘돈을 받았는지’, ‘청탁 전화를 했는지’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대검찰청사에 출석하면서는 ‘돈을 받았는지’와 ‘서울시 공무원에게 청탁 전화를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고개를 젓거나,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부처 장관보다 더한 권력실세라는 의미에서 ‘왕차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박영준 전 차관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청탁 로비와 함께 2005~2007년까지 1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가로 박 전 차관은 이 전 대표에게 인허가 업무와 관련한 서울시 공무원을 소개해 주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이 전 대표에게 소개해 준 건설업체 사장이자 브로커 이동율(60·구속)씨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2005~2007년까지 2~3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005년 1월 박 전 차관을 처음 만난 뒤 2006년까지는 서너 차례에 걸쳐 2000만~3000만원씩 1억원이 안 되는 돈을 줬고 2007년에는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1000만원씩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2008년 1월 이 전 대표가 이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아파트 분양권 매입대금 명목으로 건넸다는 10억원에 대해서는 이씨가 자신의 아들 2명의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과 계좌추적 내용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박 전 차관에게 건네진 돈이 1억여원인 것으로 보고 박 전 차관을 상대로 돈을 받은 경위와 정확한 액수, 대가성 여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표 측에서 나온 100만원권 수표 20장이 브로커 이씨를 통해 박 전 차관의 자금줄로 알려진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캐물었다. 박 전 차관이 이 회장을 통해 '돈 세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회장의 동생인 제이엔테크 이동업(49)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 중국에 체류 중인 이 회장에게도 전날 소환을 통보했다.

아울러 박 전 차관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건설이 지난 3월 파이시티 시공사로 단독 입찰해 선정된 배경에 대해서도 연관성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박 전 차관이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당시 경선캠프인 '안국포럼'과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던 만큼 수수한 돈이 불법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차관을 한 차례 더 불러서 조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이르면 이번주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뇌물죄나 금융거래법 위반죄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