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세무조사 받은 진짜 이유는?

호랑이 잡고 나니 이젠 여우 차례

2013-05-04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스타벅스코리아(대표 이석구)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은 얼마 전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을 보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단순한 정기세무조사의 일환”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주범(?)으로 꼽힌 커피-베이커리 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과 프렌차이즈 업체들에게 잇따라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은 골목상권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등 정부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지만, 이들이 물러난 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꿰차 앉을 것이란 우려가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스타벅스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는 단순한 정기 세무조사 차원이 아닌 어떠한 ‘목적’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진단이다.

국세청, 2006년 이어 7년 만에 스타벅스코리아 세무조사
‘골목상권 침해’ 논란 국내기업 이어 외국계기업 길들이기?

스타벅스코리아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3월부터 4월말까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 서울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을 파견,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2006년 5월 이후 약 6년만이다.

단순한 정기조사?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한 정기세무조사가 아닐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바로 ‘커피’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과 프렌차이즈업체들에 대한 최근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대기업 오너 자제들이 골목상권에까지 무차별하게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지난 1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직후,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는 ‘커피’와 ‘베이커리’ 사업 분야에서 삼성·롯데 등 대기업들의 도미노 철수가 이어졌다.당초 대기업을 상대로 시작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프렌차이즈 업계로도 번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국내를 대표하는 외식 프렌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상권과 가맹점주들의 권익 등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한 것. 이에 국내 외식 프렌차이즈업계 1위 브랜드 ‘파리크라상’을 운영하는 SPC는 발 빠르게 가맹점 간 출점거리 제한과 영업지역 보호 등의 조치를 담은 기준을 담아 공정위에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 3월 돌연 SPC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SPC가 제시한 모범거래기준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거나, ‘골목상권 장악’ 논란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국내 기업 넘어 외국 기업 손보기?

따라서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역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입장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이 주춤한 틈을 타 외국계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실제로 지난 2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외국 기업 버크셔해서웨이가 자회사 ‘시즈 캔디즈’를 통해 국내 제과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대기업들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해외 기업이 이익을 얻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따라서 정부가 이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1위를 고수하는 외국계 기업 스타벅스코리아를 우선 타깃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물론 스타벅스코리아를 완전한 외국계 기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 스타벅스 커피 인터내셔널(SCI)과 국내 대기업 신세계가 각각 50%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가 매년 SCI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999년 한국 땅에 상륙한 이래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SCI에 누적 기준으로 735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급했다. 특히 2000년 4억원 수준이었던 로열티 지불액은 매년 급격히 늘어났는데, 지난해 지불한 로열티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액에 버금가는 15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05년부터 매년 SCI에 배당금까지 챙겨주고 있어, 단순히 골목상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한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세무조사 진짜 이유는?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2006년에 이은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라며 “특별한 사안이 있어서 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어 “스타벅스코리아의 국내 매장 수는 431개로 오히려 카페베네(720개)와 엔제리너스(555개)의 매장이 훨씬 많다”라며 “또한 회사는 무작정 매장을 늘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얼마만큼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로열티 지급 규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매출액 대비 로열티 비율이 어느 정도라고 공개할 수는 없으나, 이 기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 없이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로열티 지급액의 규모가 늘어난 것만을 따지기 보다는 과거에 비해 매장이 크게 늘고 매년 매출이 상승하는 점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세청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세무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7일부터 음료 제품에 대한 가격을 조정해 판매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카페 아메리카노 등 32개 음료 품목은 300원씩 인상되고 라벤더 얼그레이 등 13개 음료품목은 100~200원씩 가격을 인하된다. 그러나 이번에 가격이 인상된 음료들이 소위 ‘잘 팔리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가 인기 없는 품목들의 가격만 슬쩍 인하해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