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 대한 예의는 과잉검문?…‘불교수장 모욕=한국불교 모욕’ 불교계 반발
불국사도 없는 ‘이상한’ 지도…기독교 편향 MB정부 규탄 대규모 불교도집회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정부 들어 불거진 ‘종교 편향 논란’과 관련, 불교계가 그간 쌓아온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정부 규탄’이란 압박카드를 들고 적극적인 반정부 행보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촛불집회 등을 통해 보여준 이 대통령의 든든한 ‘방패막이’ 경찰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불교계 VS 이명박’ 마찰에도 적용됐다.
갈등의 시작은 촛불수배자 체포를 위한 경찰의 검문검색이었다. 경찰은 촛불집회 주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후 조계사로 몸을 피한 수배자 체포명목으로 조계사를 출입하는 사람들을 검문검색했다. 그 과정에서 불교계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차량까지 검문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과 불교계의 갈등이 시작된 것.
이에 불교계는 ‘종교편향 정부 규탄’ 릴레이 단식, 1인 시위를 벌이는 동시에 매일 오후 조계사 정문에서 ‘경찰청장 퇴진 및 조계사 배치병력 철수 촉구집회’를 열고 “경찰들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한용진 공동상황실장을 포함한 촛불수배자 8명은 지난달 5일 ‘종교부지에는 공권력이 함부로 투입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리고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날 이후 조계사 주변은 범죄로부터 안전지대가 됐다. 불교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조계사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300여명의 경찰병력이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밤낮으로 조계사 주위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사에 배치된 경찰병력들은 혹여 촛불수배자들이 변장을 하고 외부로 달아날 새라 사찰의 모든 출입구에서 신도들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경찰과 불교계가 대치하게 된 결정적 계기인 ‘지관스님 차량 검문검색’ 사건이 발생한 것.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총무원장 스님도 용의자 중 한명?
지난 달 29일 오후 4시 30분경 지관스님이 수행 승려 4명과 함께 조계사 밖으로 타고 나가던 차량이 경찰 2명, 전경 2명으로 구성된 검문경찰 조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에 함께 있던 승려들이 경찰에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 차량이니 예의를 갖춰 달라”고 말했으나 당시 검문조였던 K 모 경사가 “총무원장 차량일수록 더욱 검문검색을 해야 한다”며 신분증 검사와 트렁크 검사까지 검색한 후 차량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교계는 ‘당연히’ 노발대발했다. 사찰 앞 불심검문으로 수행환경을 해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종단을 대표하는 스님의 차량까지 검문하는 것은 불교계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것. 내부에서는 ‘지관스님이 아닌 이 대통령이 장로 직분으로 출석하던 소망교회의 목사였을 경우에도 똑같이 대했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 원우회 한 관계자는 “종교편향 사건에 이은 총무원장 스님 차량 검색은 경찰당국이 불교계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한국불교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오만 불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도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수장이 본인이 기관장으로 있는 곳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검문검색 당하는 납득 불가능한 일이 발생했다”며 “총무원장 차량 과잉 검문은 불교계 수장에 대한 공개적 모욕이며, 세계 모든 불자를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불교계 인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조계사의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를 항의방문하고, 연일 조계사 수행환경 보장과 불심검문 중지, 경찰청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나갔다.이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4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불교계 최고 어른에게 신중하지 못한 점을 고려, 당시 검문을 맡았던 경관 2명을 다른 경찰서로 전보조치 하겠다”면서 “정상적인 검문이었지만 언행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현장 근무자들이 조금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MB는 사찰 없는 한국을 좋아해~’
‘지관스님 차량 검문검색’ 사건이 벌어지기 전 불교계는 이미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 행보에 참다못해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해 정부에 사과와 개선을 요구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 와중에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으로 지관스님 검문 사건이 발생한 것.특히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조계사를 방문, 지관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 “정부가 불교계를 홀대할 이유가 없지 않냐. 모든 것은 오해고 실수였다”고 해명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불교계의 충격과 정부에 대한 반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불교계 입장에선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공인답지 못한 실언을 한 이명박 대통령이 탐탁할 리 만무했다. 물론 ‘대통령의 종교가 나라경영에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불교계 인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지난 6월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공인신분인 어청수 경찰청장의 얼굴 사진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실렸다. 게다가 이 기도회에서는 조 목사와의 친분으로 이명박 대통령 축사영상까지 틀어졌다. 또 같은 달 국토해양부가 만든 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교회 정보는 포함된 반면 사찰 정보는 누락됐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지리정보서비스’에서도 경주 불국사를 비롯한 국내 유명 사찰에 대한 정보가 빠졌다.
이와 관련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원우회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특정 교회와 특정계층 중심 인사에 이어 종교 편향과 불교모욕 행위는 불교도들을 분노케 했다”며 “이 같은 사례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천태종·태고종·관음종 등 27개 불교종단을 비롯한 각종 불교단체는 오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 대규모 불교도대회’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