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박근혜, 킹 말고 킹메이커 해야”
대선출마 공식 선언…"박정희·노무현 틀 벗어나야"
2012-05-08 전승광 기자
“이 순간 한국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부수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이 출사표이고, 현재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킹’이 되기를 욕심내지말고 ‘킹메이커’에 머물러야한다고 충고했다.
임태희 전 실장은 8일 오전 서울대학교 SK경영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0년간 한국정치는 박정희로 상징되는 영남보수와 김대중·노무현으로 상징되는 호남진보의 싸움이었다”며 “이제 우리는 박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의 틀을 벗어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세력은 끊임없이 갈등해 왔다. 한쪽에서 대통령되면 영남이 다 해먹는다, 호남이 다 해먹는다, 뼛속까지 친미다, 빨갱이·좌파라는 얘기를 했다”며 “대한민국의 어느 대통령이 나라를 미국에 팔아먹고 빨갱이였는가. 이것은 정치적으로 상대와 싸우기 위한 규정짓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 상대는 유신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공격할 것이고 문재인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환생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시즌2’가 시작됐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전 실장은 "이 때문에 정치 지도자가 조롱받고 멸시받는다. 이런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번 대선이 끝나도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여야 지도자들을 향해 '탈 대립'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선 “박 위원장에게 제안한다. 지난 40년간의 구태 정치틀을 깨는데 역할을 해달라”며 “정치권에서 비교적 균형감각 있고 합리적인 행보를 보인 정세균 상임고문에게도 말한다. 민주당내에서 이런 운동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서 “이 시점에서는 구태의 틀을 바꿔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은 킹 메이커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폭탄발언을 꺼냈다.
임 전 실장은 “박 위원장이 어려울때 당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대한민국의 구태 틀을 유지하면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경선 룰에 대해서도 “경선 룰을 놓고 대선 주자들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큰 틀을 깨는 것을 전제로 경선은 요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목적에 맞게 정치적 타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들과의 경선 연대는 또 하나의 구태”라는 말로 이재오 의원 등 다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이밖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안 원장도 구태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안 원장은 정당이나 세력에 얶매이지 말고 국민에게 줄을 서는 것에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전 실장과의 일문일답
- 박근혜 위원장에게 구태정치의 틀을 깨는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어떤 역할을 요청한 것인가.
△ 제가 공무원 출신이라면 공무원의 개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박 위원장도 큰 축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정치의 두 축 얘기를 했다. 이명박 정권도 하나의 축의 줄기로 볼 수 있어 임 전 실장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 지난 2007년 경선과정에서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에 많은 표차이로 당선된 국민의 뜻은 두 축이 아닌 다른 쪽에 기대를 했다고 본다.
자신들이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추진하면 극심한 반대를 하며 뼈속까지 친미라고 하고 국가 부도위기 속에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면 재벌 정부, 대기업 정부라고 한다.
양 축으로부터 그런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보고 큰 구도가 부서지지 않으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구태의 틀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 현 정부 평가를 해달라.
△ 이명박 대통령처럼 경제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대통령은 없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국가 부도위기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책을 많이 펼쳤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G20 등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런 점은 참 잘했다고 본다. 다만 피부에 와 닿은 정책이 없었던 점과 소통이 부족한 점은 잘 못했다고 생각한다.
- 박 위원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이 있나.
△ 정치의 큰 구도를 깨기 위해서 나왔고 그 구도에 속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도 국민들이 도와준다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장은 디딤돌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박 위원장의 디딤돌 역할은 어떤 의미인가.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 박 위원장은 킹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출마를 해야 한다 안해야 한다의 뜻이 아니다.
이 시점에 구태의 틀을 바꿔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 틀을 깨는 일이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박 위원장이 당이 어려울때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대한민국의 구태 틀을 유지하면서 가능하겠는가.
- 경선 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경선룰을 놓고 대선 주자들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큰 틀을 깨는 것을 전제로 경선은 우리가 갖고 있는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 저런 비전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겠다’는 측면에서 승리한 주자가 본선에 나가 대선에 승리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비전을 보고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과는 출마와 관련 상의를 했는가.
△ 비서실장을 할 때는 실장일에 충실했다. 개인적인 신상얘기를 대통령에게 말하지 않았다.
- 이재오 등 다른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있는가
△ 다른분들과의 연대는 또 하나의 구태라고 판단된다.
- 안철수 원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 안 원장도 구태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참을 해달라는 것이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안 원장은 정당이나 세력에게 얶매이지 말고 국민에게 줄을 서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