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촛불집회 연행 여성에 속옷 탈의 요구 논란

2009-08-18     김시울 기자
【매일일보닷컴】경찰이 촛불집회 중 연행돼 유치장에 수감된 여성에게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26.여)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100번째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돼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자살위험 등을 이유로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했다. A씨는 브래지어를 벗어 경찰에 맡겼고, 다음날인 16일 오전 변호사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인권침해'라며 강력히 항의하자 경찰은 결국 브래지어를 돌려줬다.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 연행자 4명이 체포적부심을 신청해 유치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판단돼 규정에 따라 여경을 통해 본인에게 요구해 스스로 벗은 것"이라며 "남자들의 경우에도 허리띠나 양말 등 자살위험이 있는 물건을 수거한다"고 해명했다.이와 관련 다산인권센터 등 인권단체 8곳은 17일 “여성에게 속옷을 벗도록 한 것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라며 “수갑 등 경찰장구를 남용하는 것을 보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유치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도 이에 대해 “명백한 성희롱” “저러다 성적 수치심으로 진짜 자살하면 경찰이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최근 들어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신적.육체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부 경찰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정치권도 격분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촛불집회에서 연행된 20대 중반 여성에게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하는 것은 반인권적 작태"라며 "군사독재의 망령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작태가 부활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마포경찰서 수사과장이 '자살 위험 때문에 끈으로 된 물건을 수거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며 "단순연행자가 무슨 자살 위험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청수 경찰청장 즉각 파면을 요구하면서 "청와대가 어청수 청장을 감싸는 이유가 유유상종의 측은지심이 아니라면 파면해 결백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여성이 자해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한 것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성적 폭력이고 인권침해"라며 "담당 경찰을 포함, 어청수 경찰청장은 당장 옷을 벗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이 여성에게 자살위험 등을 이유로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했고, 다음날인 16일 변호사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인권침해'라고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브래지어를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오후 늦게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담당 여경이 규정을 충실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A씨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경찰은 "여자 경찰관이 A씨와 둘만 있는 장소에서 브래지어가 자해위험이 있다고 판단, 겉옷 위에 가운을 입고 브래지어를 벗게했다"며 "수갑은 피의자 입출감시 반드시 채우게 돼있는 규정에 따라 채웠으며 변호인 접견시에는 풀어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어 "통상 피의자 유치장 입감시 의상 및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자해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혁대 넥타이 금속물 등은 수거해 따로 보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