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아니고 아내를 두 명이나 죽이다니…’
“넌 이제 영원히 나만의 것”…의처증으로 첫 번째・두 번째 부인 살해한 60대 男 검거
아내 외도 의심해 폭행하기를 밥 먹듯이…“온몸에 멍 가실 날 없었다”
“나 몰래 그놈이랑 잤지” 의심…흉기로 음부 수십 회 찔러 살해・유기
[매일일보닷컴] 하루 이틀 만나고 헤어지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만남이 아니었다. ‘서로 아픈 곳을 어르고 달래가며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자’며 환갑이 지난 나이에 새로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조선족 심모(65) 할머니의 새 신랑 박모 할아버지는 64세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러브레터도 보낼 줄 아는 로맨틱함까지 갖춘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 ‘마지막 사랑’이라고 느꼈기 때문일까. 아내를 끔찍이도 아끼던 할아버지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유기했다. 심 할머니의 죽음은 남편의 의처증 탓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할머니의 외도가 부른 죽음이었을까. 이 부부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내막을 <매일일보>이 추적했다.
아내의 외도엔 ‘매질’이 최고(?)
2006년 초, 새로운 생활을 결심하고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딛은 심씨는 일찍이 한국남성과 결혼해 자리 잡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촌 여동생들을 보며 늦은 나이지만 재혼을 결심했다. ‘늘그막에 서로 등 긁어주며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것.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박씨다.조그마한 지하 셋방에 살면서 트럭에 운동화 등을 싣고 다니는 노점상인인 박씨의 생활이 넉넉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단지 ‘함께 늙어갈 말동무’가 필요했던 심씨는 박씨의 착한 심성만을 보고 그해 재혼을 결심했다. 재혼이라고 해도 형식을 갖춘 예식을 치른 게 아니라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고, 없는 살림에 몸만 하나 더 들어간 정도였다. 그러나 착하고 순진해 보였던 박씨의 태도는 결혼 후 달라졌다. 결혼 직후부터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이들 주변 사람들은 경찰조사에서 “심씨의 온몸과 얼굴에서 멍이 가실 날이 없었고, 항상 파스를 붙이고 다녔다”는 한결같은 진술을 했다. 아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것은 물론,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심씨를 의심하고 폭행을 일삼아 온 것. 심지어 박씨는 담배불로 몸을 지지는 등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에 참다 못 한 심씨는 지난 4월 청계천 인근에서 만물상을 하는 사촌 여동생 부부의 집으로 몸을 피했고, 그 때부터 노부부의 별거가 시작됐다.4개월만의 재회 인사도 ‘주먹질’
홧김에 던진 실언이…
사건이 벌어지기 몇 시간 전인 7월 13일 밤, 박씨 부부는 전날의 구타로 인한 앙금과 그간의 회포를 풀기 위해 집에서 둘만의 술자리를 가졌다. 비록 나이는 6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이었지만 오랜만의 재회가 반가웠던 두 사람은 술자리 후 ‘사랑을 나누기 위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술을 마셨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박씨가 참고 있던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낸 것. 이에 대해 박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사촌여동생 집에서 지내는 동안 동생 남편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며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아 계속해서 관계를 가졌냐고 물었고, 아내가 ‘그래, 잤다. 잤어’라고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내를 칼로 찌르고 말았다”고 진술했다.결혼생활을 이어오는 내내 계속해서 반복되는 남편의 의심에 화가 난 심씨가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경찰에서 “죽이려는 의도에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 게 아니었다”며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술도 마셨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숨진 심씨의 사체에서 수십 회에 걸쳐 찔린 칼자국이 발견됐는데 그 중 상당수가 음부 부위였다”며 “범행 당시 아내의 외도에 대한 감정폭발이 어느 정도였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사랑한다던’ 아내, 살해 후 수로에 유기
사건의 전말은 동생부부의 실종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이 14일 새벽 2시경 박씨의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증거를 확보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천 삼산경찰서 담당형사들은 박씨 차량의 행선지를 추적, 목적지로 추정되는 지역의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여 지난 달 23일 충남 공주경찰서 수사에 의해 천안-논산고속도로 경안IC 인근 수로에서 이불에 싸여진 채 버려진 심씨의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경찰이 발견했을 당시 심씨의 사체는 더운 날씨 탓에 이미 머리 부분은 심하게 부패돼 형체가 남아있지 않았으며, 옷은 모두 벗겨진 채 칼로 음부를 수십 회에 걸쳐 찔린 자상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는 처음부터 자신의 범행사실을 시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7월 14일 자신 소유 차량이 논산 쪽으로 이동한 CCTV와 같은 날 새벽 6시경 논산 부근에서 딸과 통화한 휴대전화 기록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논산에 간 적이 없다”며 발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더 많은 증거확보를 위해 박씨의 집안과 차량을 대상으로 루미놀반응 검사를 한 결과 숨진 심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을 찾아내는 등 끈질긴 수사를 통해 결국 박씨의 자백을 받아냈다.그러나 64세의 노인이 공범도, 도구도 없이 혼자서 축 늘어진 무거운 시신을 옮겼다는 주장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담당경찰들도 이 같은 의문을 품고 65kg의 남자형사를 바닥에 눕혀 놓고 박씨에게 들어보라고 요구했다가 너무도 쉽게 어깨에 들춰 메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경찰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박씨는 젊은 시절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5년 전에도 첫 번째 부인 의처증으로 살해
경찰이 박씨를 쉽게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 인물들의 ‘의처증과 폭행’에 관한 증언도 있었지만 박씨의 과거 전과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박씨는 지난 93년에도 심한 의처증으로 전 부인을 폭행・살해해 5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전력이 있다. 그런 박씨가 두 번째 부인인 심씨마저 살해했다는 사실은 경찰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건장했던 두 명의 20대 아들 모두가 돌연사 하는 등 충격적인 일을 많이 겪어 상대적으로 아내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 부인의 죽음 이후 하나 남은 딸과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주위에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마저도 없어 심씨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한편 심씨의 가족들은 8월 말 현재까지 심씨가 실종된 것으로만 인지, 남편에 의해 살해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박씨의 살해 진술과 사체도 확보된 상태지만 ‘발견된 사체와 심씨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가 나오는 9월 중순께에나 가족들에게 심씨의 죽음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