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YTN 인수 나섰나

상장 앞둔 미래에셋생명, YTN주식 사들이는 ‘내막’

2012-05-18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최근 YTN주식을 장내거래로 집중 매수한 사실이 <매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투자의 귀재’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YTN민영화를 앞두고 지분늘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들이 돌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집중매집을 통해 YTN주식 15%를 보유한 3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한전케이디엔과의 지분 차이는 6%에 불과하다.

더구나 미래에셋이 YTN을 집중 매수한 시점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가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박 회장 다음의 2인자로 급부상한 올해 초부터다. 매수가 이뤄지기 직전 미래에셋증권은 YTN이 올해 급성장할 것으로 장밋빛 전망보고서를 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뻥튀기(?) 전망으로 한때 4800원선에 육박했던 YTN주가는 실적부진과 장기파업으로 18일 현재 3100원대까지 폭락,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의 장밋빛 전망->최현만 부회장의 등극->미래에셋생명의 집중 매수->주가폭락’으로 이어진 ‘YTN지분 확장 스토리’의 숨겨진 내막을 <매일일보>이 단독으로 들춰봤다.

미래에셋증권이 ‘뻥튀기’ 전망보고서 낸 직후 미래에셋생명이 집중 매수
투자귀재 박현주, 야금야금 사들인 YTN지분 15%… 3대주주 ‘등극’

9주간 단타 매매로 장내매수, YTN주가 ‘널뛰기’… ‘천당’ ‘지옥’ 오가
YTN파업․실적악화로 주가 곤두박질… ‘장밋빛 전망’ 믿었던 개미들 ‘쪽박’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월27일부터 3월31일까지 약 9주간 장내에서 YTN을 집중 매수했으며, 9주 연속 주식보유변동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YTN지분이 13.57%(570만주)에서 15%(629만주)로 늘어났다. 사들인 주식수는 59만주, 평균 약4000원 정도에 매입했으며 24억원 규모다.

매수량이 회사규모에 비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7년 9월 이후 4년4개월간 지분량에 변동이 없다가 올해 초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장내 단타 매매를 통해 집중 매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에셋은 2007년 4월 장매매수를 통해 9.97%였던 지분이 10.05%로 늘어났고, 그해 9월 다시 13.57%로 늘어났으며, 이후 4년여 동안 지분 변동이 없었다.

더구나 매수가 이뤄지기 직전에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YTN이 2012년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그룹차원의 ‘기획매수’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미래에셋증권은 YTN실적전망 보고서를 통해 ▲MBN의 종편 전환으로 YTN의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2012년에 약20% 수준의 광고 단가를 인상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는 종편 출범으로 광고시장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새로운 보도채널 뉴스Y가 YTN의 경쟁자로 등장한 상황인데도 상식 밖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YTN파업으로 주가 폭락이 예견된 지난 3월에도 아랑곳 않고 꾸준히 매수가 이뤄진 배경을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YTN은 배석규 사장 재선임 문제로 노조가 3월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장기간 파업과 종편 시장 확대로 광고 수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YTN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 YTN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영업 실적(잠정)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1~3.31) 영업이익이 -7억1백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억3800만원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7억55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억3800만원 늘어났다. 특히 매출액은 전기(363억원) 대비 무려 95억2400만원(26.2%) 감소한 267억7600만원으로 집계돼, 지난 연말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장밋빛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주가도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래에셋의 장밋빛 전망과 주식 매수에 힙입어 YTN은 한때 4800원(3.27종가기준)까지 올랐다가 이후 곤두박질쳐 현재 3285원(5.17종가기준)까지 급락했다. 1~3월에 YTN주식 59만주를 매입했던 미래에셋생명도 주가폭락으로 최소 20%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장밋빛 전망을 믿고 덩달아 매수에 나섰던 개미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또한 최근 영업실적 악화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자산 규모 15조 7290억원으로, 신한생명(13조 9759조), 동양생명(13조 9260억원)보다 많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신한생명이 171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동양생명 731억원, 미래에셋생명 399억원 순으로 조사돼 경쟁 3사중 수익성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익성 저하가 3년째 계속돼 올 상반기 중에 추진키로 했던 기업가치(공모가격) 공개 등 상장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인데도 파업중인 회사(YTN)의 주식을 단시간에 대량 매집한 것이다.

총지휘는 그룹2인자 최현만 부회장?… 64억보너스, 국내 총괄

미래에셋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실적을 향상시켜야 될 시점에 손실까지 감수하며 굳이 YTN주식을 4년여만에 매수한 배경은 뭘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가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박현주 회장 다음의 2인자로 급부상한 시점에서 YTN주식을 사들인 데 주목하고 있다.

2010년말 최현만 부회장이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당시만해도 당시 증권가에서는 ‘최 부회장이 물먹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최 부회장은 그룹내 유일한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명실공히 ‘최현만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최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미래에셋의 국내 부문을 총괄지휘하고 있으며, 박현주 회장은 해외시장을 확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는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으로 내정돼 이상걸 사장, 하만덕 사장 등과 미래에셋생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최근 최 부회장은 상여금 명목으로 미래에셋증권 주식 18만3908주를 받기로 했는데, 약 64억원 규모다. 이 중 1차분 10만1537주(약35억)가 지난 1월20일 지급됐다. 스톡옵션이 아닌 미래에셋증권 자사주를 최 부회장에게 조건없이 꽂아주는 형식이며 제약없이 팔 수 있다. 미래에셋 창립 이래 유례없는 파격적 사례로 그룹 내에서 최 부회장의 2인자 위치가 그만큼 확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셋의 YTN주식 매수는 최 부회장이 수십억대의 상여금을 받은 날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인 1월27일부터 9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최현만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YTN주식 매수가 시작된 것.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최 부회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손사레를 쳤지만,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이런 앞뒤 정황들로 볼 때, YTN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박현주 회장의 직접지시로 최현만 부회장 주관하에 YTN매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YTN주요주주 중 유일한 ‘순수 민간기업’ 미래에셋

YTN은 이명박 정부 들어 사장 인사 문제 등을 놓고 노조와 사측이 끝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 YTN노조는 최근 2년 사이에 8차례나 파업했으며, 지난 14일부터 또다시 2주간의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YTN은 정부 산하 기관 및 출자기관이 거의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장 인사권을 정부가 갖고 있어 사실상 공영방송이나 다름없다.

YTN의 주요 주주는 한전KDN(21.4%), KT&G(19.9%), 미래에셋생명(15.0%), 한국마사회(9.5%), 우리은행(7.4%), 우리사주조합(0.2%) 등이다. 미래에셋생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부 주도하에 있는 기업들이다. 이같은 구조로 인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사측)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기자(노조)들 간에 끊임없이 충돌이 일고 있다.

YTN의 주요주주 중 유일한 ‘독립 사(私)기업’인 미래에셋은 지난 2007년 4월~9월에 걸친 YTN주식 매수를 통해 당시 9.97%였던 지분이 13.57%로 늘어났으며, 이후 4년여동안 YTN매집이 없다가 이번 매수를 통해 15%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정부주도하에 있는 나머지 주주 기업들의 지분량 변동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YTN, MBC 등 최근 번지고 있는 방송사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YTN 등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대선을 앞두고 ‘YTN민영화’가 언론개혁의 주요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YTN이 대선 이후 다음 정부에서 민영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

따라서 YTN주요주주 중 유일한 순수 민간기업인 미래에셋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으며, 결국 ‘투자의 귀재’ 박현주 회장이 YTN민영화를 대비해 인수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 실적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미래에셋생명이 YTN파업(주가하락)에도 아랑곳 않고 ‘단타 분할매수’를 통해 조용히 YTN주식을 사들인 것은 이처럼 박 회장의 숨겨진 속내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수조원대의 회사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 목적으로 YTN에 투자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YTN주식 매수가 이뤄진 시기에 투자한 다른 대형주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부 영업 기밀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평소 언론에 관심이 컸던 박 회장이 YTN의 미래가능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YTN이 워낙 덩치가 큰 언론사인데다 정부주도 기업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미래에셋 입장에서 볼 때,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주변상황 등을 고려해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전후로 정치권 상황이 급변하면 대량 매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