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줄 테니 성매매해라(?)’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다가간 ‘진짜’ 이유,...지적장애 여성에 “결혼하자” 접근해 귀중품 털고 성매매까지 강요한 파렴치한 20대 검거

2009-08-29     류세나 기자

실종장애인女-부랑자男, 노숙하다 만나…‘넉넉한 형편’ 알고 범행 계획
 “‘좋은 오빠’가 시킨 일이니까”…‘성매매’가 뭔지도 모르고 기꺼이 ‘OK’

[매일일보닷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지적장애 여성을 표적으로 한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들의 경우 사리판단에 어두워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성폭행을 비롯한 인권유린을 당해도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또한 생각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을 표적으로 한 범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결정적 이유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가해남성 역시 사람을 쉽게 따르는 지적장애인의 약점을 악용, 의도적으로 접근해 금품을 훔치고 성폭행은 물론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피해 여성은 이전에도 남성들에게 성폭행 당했었지만 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적장애인 심모씨(26 ∙ 여)와 결혼하겠다며 그의 집을 찾아가 1,1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고, 심씨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 등으로 윤모씨(27 ∙남 ∙무직)를 붙잡아 지난달 22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7월 중순경 장애인 심씨를 우연히 알게 된 윤씨는 며칠 지나지 않아 인천에 위치한 심씨의 집을 찾아가 “장애인이어도 괜찮으니 심씨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심씨의 집을 오가며 가족들의 환심을 산 윤씨는 같은 달 23일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진주,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1,100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대전으로 달아났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윤씨는 도주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심씨를 데리고 나와 자신의 성욕해소 도구로 사용하는 한편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애초부터 ‘사랑’이 아닌 ‘범행’을 목적으로 심씨에게 접근했었던 것이다.
윤씨가 심씨를 ‘돈벌이’로 이용해 얻는 수입은 꽤나 짭짤했다. 법원으로부터 ‘한정치산자(모든 법률행위에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심신이 박약한 자)’ 판정을 받을 정도의 중증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외적으로는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갖고 있어 ‘男心’을 흔들기에 충분했던 것.

심씨는 대전으로 내려 온 7월 23일부터 경찰에 의해 발견된 8월 19일까지 약 십여 명의 성매수자와 관계를 맺었으나 이 역시도 잘못된 것이라는 인지를 하지 못했다. 그저 심씨에게는 ‘좋은 오빠’가 시킨 일이기 때문에, 또 오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나름의 각본에 의해 짜여 진 범행

그렇다면 심씨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심씨와 윤씨의 ‘악연’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법정대리인인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살던 심씨는 생활에 갑갑함을 느꼈는지 지난 3월 가출을 했다.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내고 ‘심씨 찾기’에 나섰지만 원하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후 심씨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거나 쉼터 등을 오가며 지냈고, 그러던 중 우연히 피의자 윤씨를 만나게 된 것. 물론 윤씨는 심씨와 달리 ‘사지 멀쩡한’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절도, 폭행 등을 일삼으며 경찰서와 구치소를 수십 번 들락거렸던 윤씨는 성장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일정한 거처와 직업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부랑아로 지냈다. 

그렇기에 그 동안 윤씨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기에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심산으로 심씨에게 접근했다는 게 윤씨의 말이다.
이와 관련 윤씨는 경찰에서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 하려는 생각으로 심씨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대화를 나눠보니 집이 꽤나 잘 사는 것 같아 쉽게 큰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행동개시’를 위해 윤씨는 심씨와 쉼터 등지에서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밥도 사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환심을 샀다. 그리고는 “나랑 결혼하자”며 가족들의 결혼승락을 받으러 집에 들어가자고 구슬렸다. 그렇게 해서 심씨는 가출 4달여 만에 인천 큰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됐고, 윤씨를 믿고 조카를 결혼시키려던 가족들은 ‘준비된 도둑’에 의해 귀중품을 도난 맞게 된 것이다.

장애인 범죄 재발방지책, 도대체 언제…

심씨 가족들의 레이더망을 피해 대전으로 달아난 윤씨, 어떻게 잡힌 것일까.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됐다. 심씨가 공중전화를 이용해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건 것. 이는 심씨가 공범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장애를 갖고 있어 윤씨의 감시망이 소홀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경찰은 공중전화의 소재를 파악하고, 전화가 걸려온 대전 버스터미널 일대를 이틀간 탐문한 결과 심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 발견 당시 심씨는 윤씨가 아닌 조모씨(25 ∙남)와 함께 있었는데 조사결과 그 남성은 심씨와 성관계를 맺은 성매수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윤씨는 길거리에서 만난 남성들을 대상으로 10만원에서 적게는 5만원의 금액을 받고 심씨와의 성매매를 알선해왔다”면서 “이렇게 얻어진 돈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가장 행복한 줄로만 아는 지적장애인을 자신의 쾌락도구로도 모자라 성매매에까지 나서게 한 이 같은 범죄는 악질범죄 중의 악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인을 범행대상으로 한 사건들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해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재발 방지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한편 심씨는 현재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