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정규직 사원되려다 ‘빚더미’에...무슨 사연(?)

인턴, 정규직 전환 빌미로 무리한 영업 실적 강요
교보증권 "‘실적’뿐만 아니라 ‘인성’도 채용기준"

2012-05-21     박동준 기자
   
 

▶ 매일일보 조세금융전문웹진 [조세금융일보] 05월21일(14:07)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이 최근 인턴사원들에게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영업실적을 강요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이들 인턴사원들은 취업을 위해 무리한 영업을 펼쳐 일부는 취업은 고사하고 큰 빚을 떠안기만 했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주식매매 영업실적을 늘리기 위해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릴 인턴사원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짊어지게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10월, 리테일(소매영업)분야 영업인턴 60명을 공개채용했다. 이들은 2주간 교육을 받은 뒤 영업점에 배치돼 기존 직원들과 똑같은 주식매매업무를 수행했다.

인턴사원들은 2주간 교육과정에서 실적이 채용평가에 적용된다는 말을 회사측으로부터 듣고 매일 그날 그날의 실적 결과가 공개되자 불안감에 시달렸다.

결국 이들은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영업 기반이 미비한 인턴사원들은 곧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인턴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인들마저 동원, 한 인턴사원은 10억원 가까운 자산을 유치했지만 전체 60명 중 중간순위에 그칠정도 밖에 안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하루에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 전문가들도 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인턴사원은 거래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주식을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결국 이 인턴사원은 큰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경쟁이 6개월 간 지속된 올해 4월 전체 60명의 인턴사원 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은 불과 16명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 알려진 인턴사원 이전에도 교보증권은 인턴사원들에게 실적을 정규직 전환의 잣대로 들이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교보증권 영업점 직원은 “이전부터 인턴사원들 평가기준에 실적치가 포함되어 있었다”며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되려고 계좌를 200여개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교보증권 관계자는 “인턴사원들이 취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있어 평가 기준을 곡해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영업직 인턴을 평가하는데 활동력이 우선이고 그 중 일부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일 뿐”이라며 “실적이 평가의 전부라면 실적치가 1~2등인 인턴이 정규직 채용에서 탈락했겠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인턴사원 평가를 본사 인사팀이 아닌 각 영업점 지점장들이 직접 관여해 ‘인성’에 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매일 매일 실적 결과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실적’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현장 지점장이 ‘인성’을 어느정도 반영했는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타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인턴들에게 실적치를 채용조건으로 내건 증권사는 흔하지 않다”며 “단기간에 인턴들이 창출하는 미미한 수익을 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인턴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해 과도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대구 모 지점의 교보증권 영업직원이 증시폭락으로 담당고객이 큰 손실을 입자 스트레스로 자살해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