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진출 임상수 "MB는 베를루스코니 같은 사람"

2012-05-25     이정아 기자

[매일일보]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해 눈길을 끈다.

임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스크리닝되는 출품작들을 소개하는 책에 '돈의 맛' 연출의 변을 실었다. 영어와 불어로 수록된 글에서 임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을 이탈리아의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 빗댔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같은 사람이다. 자신이 실제로 부자이고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슬로건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실상은 그들의 친구들만 부자가 됐지 오히려 국가적으로는 실업률은 높아지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이번에 재선에 실패한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나니 모레티(59) 감독과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52) 예술감독이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모레티는 베를루스코니의 나라, 프레모는 사르코지의 나라에서 왔고, 임상수는 이명박의 나라에서 왔다. 두 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이해해줬으면 한다."

임 감독은 이번 '돈의 맛'은 물론, '그때 그 사람들'(2005)과 '하녀'(2010) 등 전작들을 통해 권력과 금력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좌파 감독'으로 규정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서 재벌이 벌이는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한 분노, 그 정의롭지 못한 일에 고통 받아야 하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 대한 연민은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운동권식 구호일 뿐이다. 좌파 독립영화가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것들만으로는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판을 하려면 더 깊숙이 봐야 한다. '돈의 맛'이 재벌들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들을 끌고 와서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보여준 뒤 관객들이 '있는 것들도 불행하게 사네'라고 느낄 때 이뤄지는 것이다. 그것이 예술 작품이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좌파냐 아니냐는 누가 '나는 좌입니다', '나는 우입니다' 할 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가'다"며 "나는 영화감독이니 작품이 얘기해줄 것이다. 내가 어떤 파인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