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삼성동 본사 부지 직접 개발하겠다”…국토부 “불허”

2012-06-01     성현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중겸, 이하 한전)가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직접 개발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관련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한전이 강남에서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는 이 부지를 계속 갖게 될 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한전은 지난 3월 12일 국토해양부에 서울 삼성1동 167번지에 소재한 본사의 부지 7만9342m²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전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특별법)’ 2조와 관련 국무회의 등에 따라 전남 나주에 신사옥을 짓고 다음해 말까지 본사를 이전할 예정이다.

생산원가에 비해 13%가량 낮은 전기공급가로 해마다 3조원 상당의 부채를 떠안는 수익구조와 본사를 전남 나주로 옮겨야 되는 상황을 맞은 한전으로서는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기료 인상을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산업계의 반발로 수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그 사이 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누적적자가 무려 8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가 됐다.

지난달 22일에는 경영구조 개선을 통해 운영경비를 1조원 이상의 줄이겠다는 자칭 ‘고강도 자구안’도 발표했지만 적자를 만회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 발전소 건설·운영사업 쪽을 노려봤지만 2010년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에 발주된 발전소사업공사에서 재무제표가 발목을 잡아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한전이 본사 개발 건립을 추진중인 삼성동 부지는 공시지가만 1조3000억원이 넘으며 강남에 마지막으로 남은 개발가능한 대규모 부지라는 점에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때문에 KB금융지주와 삼성그룹,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이 곳에 건물을 올릴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매각가격은 무려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현재 사옥을 재활용해 임대사업을 벌이거나 아예 건물을 헐고 상업용 시설을 신축한 뒤 임대사업을 하는 두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의 김중겸 현 사장은 물론 김쌍수 전 사장도 기회가 날 때마다 직접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문제는 본사 부지에 대한 한전의 직접 개발은 법적인 분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혁신도시특별법 43조 등에 따라 한전은 부지를 소유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변전소 또는 공사의 사무소 등의 이전·통합, 옥내화, 지하화, 노후화 등 외부적 요인의 발생으로 보유부동산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한국전력공사법 13조 1항7호와 동법 시행령 9조3항1호를 근거로 직접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신탁회사를 거치는 등의 방법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3월 30일 한전에 직접 개발을 불허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국토부는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뭐라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 매일일보 조세금융전문웹진 [조세금융일보] 06월01일(14:58)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