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미군 기지촌 여성지원단체인 두레방에 따르면 기지촌의 필리핀 여성들은 현지 신문이나 잡지에 난 광고나 친구의 소개를 통해 현지 에이전시와 만나 한국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연예흥행비자(E-6)를 발급받아 입국한다. ‘연예흥행비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그들이다. 그러나 순진한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구석진 클럽에서 미군을 상대로 음료수(일명 주스)와 술 판매량을 할당받아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야하기 때문에 할당량을 감면받을 수 있는 성매매를 반강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주스 한잔이 9~10달러인데 비해 미군이 성매매 비용으로 지급하는 비용은 250~300달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여성들의 대부분은 본국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두레방의 유영님 원장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한국에 온 그녀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달 월급이 30만원에서 50만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면 필리핀에서는 엄청난 액수”라고 전했다. 실제로 ‘2007년도 경기도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지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들 대부분의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겠냐는 질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이곳에서 번 돈이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또 불법체류 기간이 길어져 늘어난 벌금 탓에 이들 기지촌의 외국인 여성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쉽사리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이와 관련 유 원장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국을 떠나온 여성들의 인권을 한국정부가 착취해 2차, 3차 피해를 당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성매매가 아닌 다른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거나 벌금에 얽매여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한다”며 불법체류여성들의 조건 없는 사면을 촉구했다.또 현재 기지촌 외국인전용클럽에 발급해주는 E-6 비자제도와 연예기획사 제도도 전면폐지 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기지촌에서 성매매가 이뤄져서는 안 되며 클럽에 고용된 여성들이 미군들을 위한 엔터테이너, 쥬시걸로 존재해서는 안된다”며 “여성들을 합법적으로 수입해 다양한 형태로 착취하는 것은 인신매매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이와 관련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위한 외국인여성상담소를 설치하고, 불법을 저지른 자가 계속해서 양산되지 않도록 E-6 발급 브로커들과 업주들에 대한 끈질긴 처벌과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기지촌의 반 이상이 경기도에 위치함에 따라 경기도에 외국인여성을 위한 통합지원센터, 쉼터 등의 개소 필요성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