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명분조차 못찾은 알리안츠 노조
노사분규 ‘마침내’ 타결…‘2년간 무쟁의(?)’ 선언, 235일간 파업 무엇을 남겼나?
2008-09-13 매일일보
직장폐쇄까지 벌이는 등 극한 대립을 보이던 알리안츠생명 노사분규가 12일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지 235일 만에 전격 타결됐다. 서울지방노동청남부지청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오후 7시30분부터 이날 오후 1시30분까지 서울 양천동 남부지청 회의실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2008년도 임금 5% 인상과 성과급제 시행에 합의했다.노사는 또 2년간 무쟁의를 내용으로하는 ‘산업평화’을 선언하고,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을 양측 모두 취하키로 했다. 또 회사는 파업 참여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다만 파업 기간 동안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제종규 노조지부장 등 3명에 대한 형사책임은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했다.알리안츠 사태는 독일계 보험회사인 알리안츠 생명이 한국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었고, 금융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액 연봉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파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또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노조가입 조건과 노동쟁의 활동 등 노동권 보장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돼 왔다.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민대책회의’가 만들어지고,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발벗고 나서는 등 노동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파업 기간 동안 노조는 천막 농성을 하며 임원 비방 및 회사 비리 고발 등으로 공세를 펼쳤고, 회사 역시 ‘직장폐쇄’에 이어 용역을 동원한 ‘폭행 사태’까지 벌이는 등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이 같은 격렬한 노사 대립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는 장기간 파업 사태가 노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제로썸 게임’으로 전개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회사의 경우 외국계 기업의 노동력 착취 문제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시민대책회의가 ‘법인세 탈세 의혹’을 제기하면서 금감원의 ‘경영 검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이는 등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노조도 지난 6월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11건이 모두 기각되면서 파업을 주도한 제종규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들의 형사 입건됐으며,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고액의 임금 손실 등 손해를 보았다.더욱이 노조는 2008년 기본 임금 5% 인상과 파업 기간 동안의 임금 50% 보상 등을 조건으로 파업 철회를 약속했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또 파업에 대한 사과문 발표에 이어 ‘2년간’ 무쟁의를 내용으로 하는 ‘산업평화’ 선언도 할 예정이어서 당초 노조와 시민대책회의에서 주장하던 ‘악덕 외국계 기업과 정부에 맞선 노동권 쟁취’라는 파업 명분도 퇴색된 셈이 됐다.아울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제종규 노조지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파업을 약속한 노동자 일부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발생한 노노 갈등도 남아있다.무엇보다 회사 측에서 파업 참가자들의 인사상 불이익을 약속했지만 파업 기간 동안 노사 모두 상대방에 대한 날선 비방을 일삼은 만큼 양측의 반목이 얼마만큼 해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글.사진제공=제휴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