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총파업사태 결국 현실화 되나
금융 자회사 노조 동참...사측, 파업 대응 비대위 발족
2013-06-15 성현 기자
농협중앙회와 함께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증권, NH-CA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농협선물 등 금융 자회사 노조원들도 여기에 동참해 고객들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 허권)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2일 노조가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점 입구에 설치한 천막농성장과 로비에 마련한 단식농성장을 용역업체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천막농성장은 일반 시민에게 파업을 알리는 동시에 노조원들에게는 투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곳이었고 단식농성장은 허권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단식투쟁을 벌였던 장소였다.
정인태 농협중앙회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사측이 동원한 용역 깡패들이 농성장을 강제로 뜯어냈다”며 “(이를 저지하는) 노조원들에게 욕설은 물론 여직원에게 ‘죽인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분개했다.
사측은 또 정부와 경영구조이행 약정을 맺은 이후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파업을 저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비대위는 농협 각 계열사의 노무담당 상무와 부장급 인사들로 꾸려졌으며 농협중앙회가 진두지휘 한다고 노조는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회의를 열고 18개 지역본부장과 본점 부서장들에게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를 저지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또 노조집행부 주도하에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열린 노조원 정기교육에 참여한 직원들을 출장으로 처리해주지 않았다.
총 1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인데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인원을 고려, 출장으로 처리해주던 관행을 깬 것이었다.
15일 정 실장은 “사측은 이전까지 교육 참가를 출장으로 처리해줬지만 10일 교육에는 적용시켜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분회장들은 휴가를 내가며 교육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노사간 대화 중단으로 치달았다. 노조가 13일 열릴 예정이던 파업에 관한 노사 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
정 실장은 “사측의 농성장 강제철거 등을 보고 대화의 의지가 없다고 여겨져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같은날 농협중앙회 사측은 “비대위는 사상 초유의 총파업이기에 대책 마련 차원에서 열린 것이며 파업 저지 공문 하달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농성장 철거는 외부 손님이나 조합원들이 불편을 느껴 이뤄졌고 회의 결렬은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결렬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큰 소요는 없으며 파업 예정일이 많이 남은 만큼 노사 합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사측은 농림수산식품부와 경영구조개선 이행 약정을 체결, 정부가 농협에 약 8천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농협의 부문별 독립사업부제 강화 ▲경영효율화 ▲자체자본 확충 ▲조합지원사업 개선 ▲중앙회의 조합 출하물량 50% 이상 책임판매 등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 이날 전체 조합원 1만5615명 가운데 1만3988명(96.1%)의 찬성으로 파업 안건을 가결했다. 파업 예정일은 다음달 중순 경이다.
그간 단 한차례의 총파업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농협 노사가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다음달 중순으로 예고된 노조 총파업은 결국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 매일일보 조세금융전문웹진 [조세금융일보] 06월15일(11:01)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