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을 향한 어느 중소업체의 절규

“이것이 당신들이 주장하던 상생입니까?”

2013-06-18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코오롱(회장 이웅열)을 향한 어느 중소업체의 절규가 애절하다.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의 협력업체로 일해 온 중소 건설기계설비업체 ‘공간코리아’(대표 전낙규)가 지난해 진행 된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공사비 21억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코오롱을 규탄하고 나선 것. 이들은 원청인 코오롱건설의 횡포로 회사가 부도 나 돌아갈 직장과 안식할 가정을 하루아침에 잃어 버리게 됐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코오롱은 공사비 정산에 대한 계산법이 서로 달라 합의점을 찾기 위해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정작 공간코리아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소 설비업체 ‘공간코리아’, 추가 공사비용 정산 문제로 코오롱과 마찰
공간코리아 “코오롱이 추가 공사비 안줘 회사 부도”…코오롱 “사실무근”

요즘 공간코리아 임직원들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 20년간 어렵사리 키워온 회사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부도를 맞으면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간코리아는 회사의 부도 원인이 코오롱의 횡포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오롱의 ‘갑의 횡포’?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공간코리아는 지난 1992년 설립된 이래 건축·산업설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온 회사다. 자본금 1억1000만원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이지만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발주한 각종 설비공사를 수주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2년 신용보증기금이 선정한 ‘유망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산업자원부 장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 등 11개의 크고 작은 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이런 공간코리아를 가리켜 업계에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 ‘진흙 속 흑진주’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하지만 이 같은 영광은 2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회사가 부도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인 것. 현재 공간코리아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 그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회사의 부도 원인이 코오롱에 있다며 연일 원망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공간코리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코오롱건설이 발주한 ‘코오롱플라스틱 KPA-2 프로젝트’의 공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코오롱의 계열사 코오롱플라스틱의 김천 공장에 플라스틱 배관과 기계를 설치하는 공사다.그런데 계약과 동시에 코오롱건설은 ‘갑’의 위치를 악용해 온갖 횡포를 부려왔다는 게 공간코리아의 주장이다. 공간코리아에 따르면 코오롱건설은 계약이 이뤄진 직후 설계도면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간코리아에 “우리가 맞으니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윽박질렀고,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번엔 “발견 못한 너희들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설계도면은 처음에 비해 크게 변경되고 공사기간도 늘어나게 됐다고 한다.공간코리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재질이 바뀌고, 도면이 45%나 변경됐다”며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당초 2011년 6~10월에서 6~12월로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코오롱만의 잣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계약금과 맞먹는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매일일보>이 공간코리아로부터 입수한 계산서를 보면, 당초 이 회사는 자재비와 인건비, 노무비 등을 포함해 총 25억4800만원에 공사를 수주했으나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설계도면이 변경되면서 21억81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공사를 마친 후 코오롱건설이 공간코리아에 내민 추가비용에 대한 정산금은 89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게 공간코리아의 주장이다.

공간코리아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투입된 추가 비용은 모두 공간코리아의 임직원들의 돈과 차입금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코오롱건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돈이 없으니 8900만원만 받아가라’고 했다. 이게 코오롱이 주장한 상생이냐”라고 분개했다.결국 공간코리아는 코오롱건설이 제시한 8900만원을 거절했다. “회사 임직원들의 피와 땀이자 가족들의 생활비를 털어서 마련한 돈을 코오롱의 잣대로 8900만원에 저울질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공간코리아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코오롱건설이 피흡수합병된 코오롱글로벌 등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상에 코오롱을 규탄하는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코오롱의 횡포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서란다. 이 과정에서 원래 50명에 달하던 직원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하나 둘 회사를 떠났고, 현재 공간코리아에는 정낙규 사장을 포함해 5명만의 직원만 남게 됐다. 공간코리아는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돌아갈 직장도, 안식할 가정도 다 잃어 버렸다”며 “돈 없고 힘없는 중소기업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코오롱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이를 갈았다.

코오롱 “공간코리아가 대화 거부”

하지만 코오롱은 오히려 억울한 건 자신들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공사를 주관했던 코오롱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공간코리아는 당초 계약금의 두 배에 달하는 공사비를 요구했는데, 우리가 정산한 것과 공간코리아 측이 정산한 가격이 큰 차이가 있었다”며 “상대방이 달라는 대로 무조건 줄 수는 없는 일이라 서로 논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 대화를 해보자고 했지만 공간코리아가 이를 일방적으로 거절했다”고 해명했다.또한 “이후에도 수차례 ‘협의 자리를 만들어 어떤 부분에서 가격이 차이가 나는지 함께 정산을 해보자’고 요청했으나 그 쪽(공간코리아)이 ‘어차피 적은 돈을 주려는 자리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거절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하자는 우리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인터넷 등을 통해 ‘코오롱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식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현재 공간코리아는 코오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고려 중에 있다. 공간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주 채권자들과 코오롱에 대한 법적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조만간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웅열 회장은 상생경영을 꾸준히 주창해 왔다. 지난 2010년 경기도 과천에서 개최된 ‘코오롱 변화혁신활동 페스티벌 2010’에서 이 회장은 협력사와의 ‘기술상생협력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대·중소 상생협력의 궁극적 목적은 윈윈커뮤니티의 실현”이라며 “대기업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협력사에는 실질적인 기술지원으로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또한 코오롱은 올 2월 ‘코오롱사회봉사단’을 공식출범, 나눔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봉사단 단장은 이 회장의 부인인 서창희씨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