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던 뒷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는데…”
20대 청년강도 성폭행하려다 줄행랑 친 까닭…강하게 저항하던 50대 여성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
2009-09-26 류세나 기자
10여년 전 성전환수술 받은 뒤 가족들과 연락 끊고 쇼걸 생활
호적상 남자인 탓에 피의자에게 강간 대신 강제추행 혐의 적용
[매일일보닷컴] ‘아뿔사’ 단단히 속았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30여년을 더 살아온 50대 여성에게 덤벼들었던(?) 한 청년. 그 청년의 갑작스런 공격에 중년여성은 안간힘을 써가며 저항했다. 20대 건장한 청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반항이었다. 그런데 저항하던 힘도 힘이지만 희한하게도 비명소리도 걸쭉(?)했다. 보통의 여성들과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눈치 챈 청년은 그 길로 줄행랑을 쳤다. 중년여성에게 숨겨진 비밀이 무엇이기에 혈기왕성한 청년이 ‘다 잡은 먹잇감(?)’을 두고 도망친 것일까. 그 내막을 <매일일보>이 밀착취재했다.
성전환 수술 후 가족과 ‘생이별’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가족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지금까지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가족, 친구, 직업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에 그리던 ‘여자’가 됐다. 하지만 김씨에게 다가온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 탓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것. 이에 김씨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나이트클럽의 무용수로 일할 것을 결심하고 이후 부산 인근의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트랜스젠터 쇼’ 무용수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렇게 그녀(?)의 밤무대 생활이 시작되게 됐다.28세 무직男, 술김에 금품목적 월담했던 게…
28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부모 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이모씨. 직업이 없으니 소득도 없는 게 당연지사였다. 사건 당일 아침까지 술을 마신 이씨는 28년째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게 알게 모르게 마음속 한으로 맺혀 있었던지 자신의 빈 지갑을 바라보다 충동적으로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 이씨의 ‘용돈벌이’ 목표물이 된 것이 바로 트랜스젠더 김씨의 집이였던 것.이와 관련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침에 집을 귀가하던 중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게 문득 떠올라 화가 났다”면서 “집 근처에 여성 혼자 살고 있는 집이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나도 모르게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검거결과 피의자 이씨는 피해자의 집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범행목표가 된 김씨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문과 창문은 잠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창문을 밀었는데 ‘스르륵’ 열리더라는 게 이씨의 진술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집의 화장실은 옆집 이웃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이다. 화장실 내부에 각자의 집으로 연결되는 문이 설치돼있는데 그 문 역시 열려 있어 화장실을 통해 집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이씨의 설명.‘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