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레임덕 없는 MB정부와 적극적 방조세력
사정·언론·국회 등 권력감시 맡은 국가기능 마비…가카는 즐긴다
2013-06-24 김경탁 기자
장면1. 연합뉴스 파업이 6월22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같은 날 MBC 파업은 145일째, YTN의 ‘공정방송쟁취투쟁’은 1486일째였고, 우여곡절 끝에 96일 간의 파업을 마친 KBS와 173일 파업을 마친 국민일보에서는 ‘보복성 징계’로 인한 투쟁의 불길이 다시 번지는 분위기이다.
장면2.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매입 과정에 발생한 배임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관련자 전원 불기소’로 마무리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무수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꼬리자르기’에 그치는 결과로 봉합되었다.
장면3. 19대 국회가 임기 시작 80일이 지나도록 원구성협상 문제로 공전하면서 헌정 사상 최장기 의장부재라는 신기록을 연일 갱신 중이다. 사상 첫 야당이 되었을 때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만들었던 새누리당은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는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집권 마지막 해 사정기관과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죽어가는 권력’ 때리기에 몰입하면서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던 전례들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위세는 집권 마지막해 절반이 넘어가도록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이는 이전 정부들과 달리 이명박정부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집권 초기부터 사라져버렸기에 더 이상 실망할 것이 없다는 이유와 함께 ‘죽어가는 권력’일망정 견제의 칼을 휘두르는 역할을 해주던 사정기관과 언론매체의 기능이 총체적 마비 상태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장기화된 방송사 파업에 대해 정부의 조정기능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놓고 ‘MB가 현 상황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돌고 있다.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된 방송사 경영진에 대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망도 신망이지만 사태가 해결돼 보도기능이 정상화되는 것 자체를 이 대통령이 원치 않는다는 해석이다.국회가 연일 최장기 파행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현 상황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면 나름 이해가 된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국정조사, 청문회 등이 이어질 경우 주된 비판대상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즉, 지금과 같이 국가기능 전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상황은 이명박 정부에게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국회가 늦게 열릴수록 이 대통령의 권세는 더욱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는 관점으로 보면, 정권 재창출을 준비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전반적인 국가기능 마비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이유 역시 이해가 된다.즉 새누리당이 비타협적인 자세로 개원 협상에 임하는 것은 국가기능 마비에 대한 미필적 고의 혹은 적극적 의사에 의한 방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인데,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국가기능 마비 쯤은 개의치 않는 세력이 차기 정권창출 1순위로 예상된다는 게 현 시국인 셈이다.[매일일보 인터넷부장 김경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