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 코리아 왔지만 돌아온건 ‘쇠창살’
난민∙불체자 구분 없는 한국, 난민인정 안 돼 불법체류자로…강제구금에 퇴거까지
14년간 1,951명 신청했지만 난민 허가는 불과 76명
심사기간 4~5년간 취업은 ‘불법’…“죽으란 소리냐”
교도소보다 못한 보호소, 박해받은 난민에게 ‘이중고’
‘난민’(難民)은 일반적으로 ‘생활이 곤궁한 궁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재민’을 일컫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종적, 사상적, 환경적 원인 등으로 타국으로 망명한 사람을 난민이라 칭하고 있다.
1,100만여명의 난민이 고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전세계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76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심사기간 ‘長技’ 생계대책 ‘全無’
난민인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중에 있던 우간다 출신의 A씨는 지난 9월 8일 취업허가를 받지 않고 일을 한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여권을 압수당했다. A씨는 “여권을 찾으려면 직접 방문하라”는 출입국 직원의 말에 다음날 고용주와 함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A씨의 방문에 그를 강제구금시키고, 고용주에게는 “A씨는 난민의 특수성 때문에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는 게 현장에 있던 담당 변호사의 증언. 하지만 ‘금방 풀려날 것’이라던 A씨는 10월 6일 현재까지 화성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소명의 김종철 변호사는 “유럽의 경우 난민 인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신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계보조비, 거주시설, 취업권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난민인정절차에 길게는 4~5년까지 소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인정 절차기간 동안 합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 외국의 경우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서 난민지위 여부가 결정되며, 이 기간을 넘기면 취업비자를 발급해 준다. 또 심사기간 동안 취업이 금지되는 대신 숙소나 생계비 등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인원부족 등의 이유를 들며 심사기간을 늦추고 있다. 또 생계대책도 전혀 지원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이와 관련 한양대학교 법학과 박찬운 교수는 “아무리 난민이라 할지라도 취업허가 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 동안 입법적 불비(제대로 다 갖추어져 있지 아니함)로 인해 난민신청자들의 취업을 묵인해왔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이어 “난민신청 중에 있는 난민에게 임시로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한다”며 “불체자들이 난민신청을 남용할 소지가 우려된다면 남용소지 그룹, 비남용 그룹 등으로 단계를 나누어 취업기회를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적법한 구금’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이에 김종철 변호사는 법원에 거부처분 취소를 하면서 “B씨는 난민협약에 기록돼 있는 난민 요건에 해당되니 자유로운 상태에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보호일시해제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역시 거부당했다.
그러나 얼마 뒤 1심 법원은 B씨가 난민협약상 난민에 해당된다고 판결, 난민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해 B씨는 현재 1년 반의 구금생활에서 벗어난 상태다. 결국 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 성과를 올리기 위해 난민을 단순 불체자로 취급, 강제구금 했다는 말로 귀결된다.
정부차원 관심 ‘절실’
한국 VS 캐나다 ‘달라도 너무 달라’
우리정부는 무엇 때문에 외국인 구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위너스 한태희 미국・캐나다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첫째로 외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추방명령을 고지 받은 후 도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금을 할 경우 강제퇴거 등의 법 집행이 용이해진다. 둘째,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다. 외국인이 테러리스트라던가, 폭력을 수반한 범죄 경력이 있을 경우에 해당된다.한 변호사는 세번째 이유로는 정부의 숨은 의도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직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난민을 구금함으로써 ‘한국정부의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게 한 변호사의 주장이다. 보호소에 구금돼 있을 당시 작성된 난민신청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할 만큼 효력이 약하다.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캐나다는 이민/난민보호법(IRPA)에 난민신청자를 포함한 외국인과 영주권자에게 모두 적용되는 ‘구금과 구금해제 결정시 고려해야할 요소’를 명시해 놓고 있다. IRPA는 외국인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가능한 경우를 외국인과 영주권자/난민인정자의 경우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영장 없이도 공공에 위협이 되거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신원이 확실하지 않을 경우 체포・구금할 수 있다. 반면 영주권자의 경우에는 영장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공공 위협・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체포・구금이 가능하다. 캐나다와 우리나라의 확실한 차이점은 ‘구금 후’에 있다. 일단 외국인/영주권자의 구금이 결정되면 구금 후 48시간 내에 구금 지속 여부에 관한 심사를 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구금지속’ 결정이 내려지면 이후 7일 이내에 또 다시 지속여부 심사가 이뤄지고 그 이후에는 매 30일마다 심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또 구금당사자가 구금지속 결정에 대해 반박할 새로운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이전에도 구금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너무도 다르다.외국인 보호소를 가느니 교도소를 가겠다(?)
이와 관련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는 교도소 안에 있는 죄수들보다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도소와 이주노동자들이 구금돼 있는 보호소는 ‘갇혀 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며 “그러나 교도소의 경우 일정 기간 구금돼 있다가 사회로 복귀되는 날이 약속이 돼 있다. 그런데 보호소의 경우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어 한번 보호소로 들어간 이주 노동자들은 무기수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구금처리 방식에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것. 박찬운 교수는 관료들에게 박혀 있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 질책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주민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사고가 출입국 관련 법규나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머릿속 깊이에 깔려 있다”며 “이 같은 사고는 우리나라 헌법은 물론 우리가 가입한 각종 인권조약의 틀에서 생각할 때 유지될 수 없는 비인권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어 “이주민 단속과정에서 헌법 및 국제인권법에 위반되고 비인권적인 방법으로 단속이 이뤄질 경우 이를 사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