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졌던 북한 여성들의 삶…

‘파룬궁 고문이 따로 없네’

2009-10-17     류세나 기자

강제 북송된 여성에 몸수색을 빌미로
자궁까지 검사… 인권유린 수준 ‘경악’
성 상납・수용소 내 성폭행 ‘비일비재’
가사・생계도 오롯이 여성들이 떠맡아
생계형 성매매여성 증가로 윤락업 활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 독재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등 북한주민의 ‘현실’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제사회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이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탈북을 시도하던 북한여성들이 그 과정에서 사고 팔리는 형태로 결혼 혹은 성매매여성으로 전락되기도 한다는 뉴스보도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사회에 저항, 주체성을 갖고 탈북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달리 현재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2일 2000년 이후 탈북한 100명의 새터민을 대상으로 2월부터 4월까지 설문・면접조사한 결과물인 <2008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그동안 감춰져 온 북한 여성들의 실상을 밝혔다.

북한의 여성관련 법제를 보면 북한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를 누리도록 돼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은 가부장적 권위주의 체제 아래 직장이나 사회에서 입당이나 간부 승진 등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보다 10년 앞선 1981년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여성 진출을 보장하는 국제인권규약 A, B 규약에 가입했다. 또 2001년 여성차별 철폐협약에 가입하면서 대외적으로 성평등 중요시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사실’들과 달리 내부적으로 북한 여성들은 식당보조, 문서정리 등 일반적으로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직업만을 가질 수 있다. 운이 좋아 제대로 된 회사에 입사하게 돼도 승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이들 탈북자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경제난 심화로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들의 직장출근을 강요했고 북한의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제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북한인권백서>에 수록된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가정에서 경제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남편이 가지고 있다는 답변은 26.4%, 아내가 가지고 있다는 답변은 49.1%의 비율을 보였다.

북한 속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용소 밖 북한 ‘자유’에 충격

하지만 이 같은 남녀간의 성불평등 문제는 여성성폭력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구금 중에 행해지는 성폭력 문제. 남성 교도관들의 성폭력이 빈번한 것은 물론, 여성의 필요를 위한 물적 시설 역시 부족해 굴욕적인 수감환경에 처해있다는 게 탈북자들 대부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교도소 수감실 자체가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생활하도록 돼 있고, 교도관들에게 잘 보여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성추행 등 모욕적인 일을 당해도 참는다”며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나오라고 한 뒤 몸수색을 빌미로 성폭행을 일삼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탈북자 중 정치범 수용소에서 출생한 신모씨는 “남한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수 있겠지만 정치범 수용소 밖 북한 세계는 ‘자유’ 그 자체”였다고 고백했다. 인권유린을 일삼는 북한에서도 ‘수용소’ 생활은 그야말로 ‘제일 밑바닥’이라는 것.

신씨는 “수용소에 태어나고 자란 나는 내 어머니가 담당교도관의 성노리개로 복종해온 것을 직접 목격해왔다. 내 어머니 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수만명의 정치범 여성수감자들이 그들의 노리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일은 수용소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의 사촌누나는 도토리를 주우러 산에 올라갔다가 경비대원에게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성폭행 당해 기절, 결국 사망했다”고 말했다.탈북 했다가 북송된 여성재소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북한당국 관계자들은 돈이나 비밀편지, 비밀문건 등을 찾기 위해 여성들의 자궁까지 검사하고, 심문이라는 구실로 옷을 모두 벗긴 뒤 특정부위에 전기형을 가하는 등의 성추행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같은 고문은 여성의 수치심을 극대화시키고 보위부 요원들의 변태적 욕구가 더해져 일반화된 고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임산부에 대한 구타와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비닐로 싸 숨지게 하는 행위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이들을 꼬집었다.   

외부 교류로 性의식 변화
“꽃 사세요” 성매매 성업中

이런 가운데 북한도 외부와의 교류로 성(性) 의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팔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팔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성들의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응한 탈북자의 67.9%가 북한의 성매매 현실을 긍정했다.

이들에 따르면 주로 여관이나 역 앞에서 호객행위가 이뤄지는데 북한 돈으로 2~3만원이면 여성 안마사들과의 ‘여관성매매’가 즉석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6월 평양의 목욕탕과 이발소에서 여성 접대원의 안마행위를 금지하는 포고문이 발표됐었다는 사실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백서에서 밝히고 있는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호객행위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호객꾼들이 남성들의 손목을 쥐어 잡고 “한번 놀다가 가”라고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부추긴다면 북한에서는 “밤 꽃 사세요”라며 은유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또 북한 역시 뇌물이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는 부패풍조가 만연해 여성들의 ‘性’이 뇌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백서는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