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상반기를 달군 재계의 맞수[상반기결산특집]
업계 최고는 바로 나!
2012-07-06 이한듬·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권희진 기자] 올 상반기 재계에서는 각 업계를 대표하는 맞수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했다.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으로 갈등을 키운 경쟁업체들도 있었고, 걔 중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한 업체들도 있었다. 2012년도 어느덧 하반기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들 라이벌 업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매일일보>에서 2012년 상반기 재계를 뜨겁게 달군 업계 맞수들의 열전을 정리해 봤다.
각 업계 대표기업 간 시장 우위 선점 위한 첨예한 대립 이어져
원색적인 비방전부터 법적대응까지…갈수록 치열한 경쟁 ‘후끈’전자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으로는 삼성과 LG가 있다. 지난해 냉장고, 3D TV 등 전자제품의 국내·외 시장 우위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이들 기업은, 올해 초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이른바 ‘아몰레드’ 기술유출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삼성 VS LG, ‘전자제품’ 주도권 싸움 지난 4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아몰레드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SMD 전·현직 연구원과 경쟁업체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등 11명을 수사했다.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삼성과 LG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삼성은 LG가 자사의 기술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LG의 공식 사과와 관련자 퇴사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LG 측은 기술을 훔칠 이유가 없다며 반박, 양 측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듯 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삼성 아몰레드, LG 화이트올레드 회로도가 협력업체에 의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나면서 두 업체 모두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이 외에도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점유율이나 인지도 면에선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제품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LG전자도 잇따라 핵심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삼정전자의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5월 국내최초로 무선충전방식을 도입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를 출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삼성전자는 무선충전방식은 스마트폰 자체의 성능과는 연관 없는 부가적인 기능에 불과하다며 이를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충전기술은 자기유도방식과 공진방식이 있는데,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고 하는 자기유도방식은 이미 전동칫솔 등의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유선대비 메리트가 떨어져 스마트폰 시장에선 상용화단계가 아니고, 업계에서도 2015년이나 돼야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현대카드 VS 삼성카드, 숫자카드 ‘표절분쟁’카드업계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올해 ‘숫자카드’ 시리즈의 표절논란을 둘러싸고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분쟁에 먼저 불을 댕긴 쪽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올해 초 출시한 ‘삼성카드 4’의 할인혜택 서비스 등이 모두 자사의 ‘현대 제로카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숫자시리즈 카드의 표절 분쟁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있던 것이지만, 이번 현대카드의 공세는 과거와 달랐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문제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삼성카드에 내용증명서를 보내 삼성카드4 발급의 즉각적인 중단과 자사 콘셉트를 도용한 모든 카드 상품 발급의 중단을 함께 요청했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자 삼성카드도 맞불을 놓았다. 카드의 서비스 혜택은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기에 어느 카드사를 막론하고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당시 삼성카드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가 비슷한 서비스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 혜택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모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이처럼 양 측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자 결국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다. 금감원은 각 회사의 경영진에게 화해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는 법적대응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양 측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지자 결국 앙금만 남긴 채 ‘없던 일’로 마무리 됐다.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몽골노선’ 취항 둘러싼 갈등국내 항공업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취항 문제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몽골 취항을 방해하기 위해 몽골의 미아트항공과 함께 합의한 뒤 2005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몽골 정부에 운항 횟수 조절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발표에 직후 대한항공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담합한 사실이 없다”면서 “운항 횟수 조절은 양국 정부의 권한으로 항공사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과징금이 0원이라는 점은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무리한 조치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대한항공은 이 일을 조용히 묻어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징금이 0원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한편, 공정위의 담합판결 이후 아시아나의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대한항공의 부당행위를 정부기관이 인정한 것이기에 이를 근거로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이번 일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몽골노선 문제는 국토부가 몽골 정부와 협상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동서식품 VS 남양유업, ‘카제인’ 분쟁이어 벤치마킹 논란지난 2010년 말부터 ‘카제인 논쟁’으로 날선 공방을 벌였던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갈등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남양유업이 올해 초 동서식품이 선보인 커피믹스 제품인 ‘맥심 화이트 골드’에 들어간 카제인 성분을 문제 삼고 나선 것.남양유업은 ‘천연 카제인’을 사용하고도 이를 은폐하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제품’으로 허위광고를 하는 등 소비자 기만 행위를 자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이런 가운데 정작 남양유업은 최근 출시한 원두커피믹스 제품 ‘루카’가 동서식품의 ‘카누’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루카의 디자인이 언뜻 카누의 포장과도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이름 역시 카누의 앞뒤를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가격 또한 카누의 스틱 1개당 가격인 325원보다 5원 낮춘 가격으로 가격 경쟁력에 미세하게 앞서 있다.그러나 남양유업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타사를 겨냥한)의도는 전혀 없었다. 원두커피다 보니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가 블랙”이라면서 “(디자인도) 도안, 텍스트, 폰트 모든 게 다르며 명칭 또한 우리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서 만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CJ 뚜레주르 vs SPC 파리바게뜨, 해외서도 ‘빵집’ 전쟁국내 프렌차이즈 베이커리 시장 1, 2위를 다투는 SPC의 파리바게트와 CJ의 뚜레주르는 해외에서도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지난해 기준 파리바게뜨의 국내 매장은 총 3095개, 뚜레주르는 1281개로 파리바게트가 국내시장에서는 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베트남에는 지난 2007년 뚜레쥬르가 먼저 1호점을 오픈해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그러자 SPC그룹도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치민시에 파리바게뜨 베트남 1호점을 연 데 이어 지난 달 24일 2호점을 열었으며 올해 안에 5호점까지 오픈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인도와 두바이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SPC그룹은 베트남 1호점 개점식에서 “현재 미국·중국을 포함해 3개국 100곳인 국외 점포를 2015년까지 20개국 1000곳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혀 뚜레주르의 맹위를 누를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두 업체의 경쟁관계는 업계사이에서 유명하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이 제분업체의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CJ그룹의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러한 앙숙관계의 두 회사가 앞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을 치를지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웅진코웨이 VS LG전자, ‘사사건건’ 갈등웅진코웨이와 LG전자는 그야말로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경쟁업체다. 지난 2009년 LG전자가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자 당시 업계 1위를 고수하던 웅진코웨이는 이를 노골적으로 견제했다.일례로 지난 해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LG전자는 정수기를 잘 팔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직구를 던진 바 있다.웅진코웨이는 또 지난해 말 LG전자가 단종된 지 7년이나 지난 웅진코웨이의 제품을 LG전자의 새 제품과 비교하는 영업을 한 데 대해 ‘비방 영업’을 이유로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다.이런 가운데 최근 이들 회사는 정수기가 아닌 에어컨의 ‘디자인 침해’ 여부로 또 한 번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웅진코웨이는 LG전자의 에어컨 매직윈도우 제품(모델명:DLPW,DMPW)의 디자인이 자사가 지난 2008년 11월 출시한 ‘케어스 공기청정기 AP-1008’ 모방했다고 주장, 이 같은 내용증명을 지난 8일 LG측에 보냈다.이 외에도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리엔케이’(Re:NK)와 LG전자의 계열사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리엔’(ReEn)의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