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vs봉하마을 ‘대혈투’ 2라운드
[매일일보=최봉석 기자]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의 포문을 열면서 시작된 신·구 정권 간 대충돌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메뉴는 △노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 사저와 △봉화마을 주변 산이다. 한나라당은 14일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 주변 산이 ‘웰빙숲’으로 꾸며졌다며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15일엔 부산신항만 배후철도 노선의 변경 의혹까지 제기하며 진상조사 계획을 밝히는 등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전방위 압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측은 ‘흠집 내기’라고 일축하며 반격에 나설 채비다. 참여정부에서 춘추관장을 지냈던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놓고 고장난 축음기를 틀어대고 있다”고 총평하는 등 구 여권은 자못 불쾌한 표정이다.
한나라당 황영철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각종 예산이 투입됐고, 부산신항만 배후철도 노선도 노 전 대통령 고향 쪽으로 특혜 변경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새롭게 배후철도 노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황 원내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래 진영역을 지나지 않게 설계된 철도 노선이 지난 2003년 6월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청원을 올려 같은 해 9월 진영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면서 “이로 인해 시공비가 105억원이나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추가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 중이다. 이른바 구 정권과의 분명한 선긋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와 여권의 무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구 정권의 실책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 잇따라 참석, “봉하마을 예산 과다 지급 문제는 쌀 직불금과 마찬가지로 정부 예산이 누수된 사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을 쟁점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부당하게 예산 지원한 사례가 있었는지, 국회 본래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통제라는 측면에서 (조사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하루 전에도 국정감사 점검회의를 열어 “서민의 아들을 자처하는 노 전 대통령이 얼마 전에는 경기도 골프장을 통째로 빌려 골프 파티를 한 적도 있는데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꼬집는 등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 “노 전 대통령 집은 아방궁”
홍 원내대표는 14일 국감대책회의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앞에는 주차할 공간도 없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 사는 전직 대통령이 없다”고 노 전 대통령의 심기까지 건들었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종부세를 만든 장본인이 다른 사람한테는 세금 폭탄을 터뜨리고, 본인은 3만원만 내는 문제에 대해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대한 국감에선 “봉하마을에 지원된 예산이 1,000억원 가까이 되고 웰빙숲으로 지정된 봉화산 깊숙히 가면 골프연습장까지 있고 지하에 아방궁 만들어서 안을 볼 수가 없다”고 더욱 강도 높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은재 의원은 한발 나아가 “그 안의 컴퓨터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한 게 들어가 있어서 웬만한 회사에도 안 쓰는 팬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고 ‘확인되지 않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이와 관련 황영철 공보 부대표는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편의를 위해 혈세 495억원이 쓰였다”며 “조만간 행안위와 농식품위 의원들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봉하마을 총공세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문제로 인한 여권의 수세 국면을 돌파하려는 ‘맞불’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결국 정치권은 “봉하마을 꾸미기에 1000억원 정도 예산이 들었다”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주장으로 불붙은 ‘노방궁(노무현+아방궁)’ 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방궁 공방 2라운드 돌입된 듯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낙향한 노 전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려는 비열한 시도라며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인사인 백원우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000억원 지원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무책임하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의 땅값은 1억9000만원이고 건축비로 10억원 정도가 들었다. 정부 예산은 경호원들의 경호시설과 마을에 진입로 정도를 포장하는 데 들어간 정도”라고 반박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가 ‘타워팰리스’라면 봉하마을은 ‘임대주택’에 불과하다”며 “감정평가사를 공동으로 임명해 전·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해 교차감정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측 주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는 지하 1층에 지상 1층의 건물로, 땅 값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터의 개별 공시지가가 15억원 정도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노 전 대통령의 사저터 구입 가격은 1/7에 불과한 1억 9천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종부세를 만들어 놓고 자신은 3만원 밖에 내지 않는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서울과 경남 시골의 토지와 주택의 가격이 천양지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민주당 측의 의견이다.
민주당 “한나라 주장, 설득력 떨어져”
웰빙숲 논란도 민주당으로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귀향 결정을 하기 전에 김해시가 산림청에 요청한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생뚱맞게 노 전 대통령에게 따질 문제가 아니라 국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따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황영철 의원이 15일 새롭게 제기한 부산신항 배후철도 노선 변경도 2003년 9월에 이뤄졌는데 당시는 노 전 대통령 임기 초반으로, “낙향 계획조차 세워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게 민주당의 대응논리다.
설득력있는 반박이 제기되자 한나라당은 당혹스런 표정이다. 또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은 “전직 대통령 명예를 흠집 내기 위함도 아니고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만 전직 대통령의 편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편법 투입된 것을 문제제기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ㄹ 노무현 전 대통령 측 한 관계자는 “사저 지하에 웬만한 기업도 안쓰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에서 차떼고 포떼고 하면 결국 남는 것은 현란한 정치적 수사 뿐이다. 이 때문에 봉하마을 측에서는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제는 노방궁에서 마징가 나오는 날만 남았다”고 한나라당의 공세를 비아냥댔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선 노 전 대통령의 복당 필요성에 대한 언급마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복당 현실화될까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지난 16일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 노 전 대통령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복당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을 할 경우 노 전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실장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내년 10월쯤에 복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