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늪’에 빠진 국회 ‘방탄국회’냐 ‘민생국회’냐

대선 앞둔 여야… ‘식물국회’ 전락 우려 朴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 높아

2012-08-02     홍진의 기자

[매일일보]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법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수사 계획과 절차 등을 논의했다.

합수단은 전날 박 원내대표를 상대로 10시간여 동안 솔로몬·보해 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와 사용처 등에 대해 추궁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2007년~2008년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또 2010년 오문철(59·구속기소)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검찰 수사 및 금융당국의 검사 선처에 대한 부탁과 함께 3000만여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합수단은 오 전 대표가 김성래(62·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에게 건넨 9억원 가운데 2억원 가량이 박 원내대표측에 흘러간 단서도 포착하고 자금흐름을 분석 중이다.

일단 수사팀은 박 원내대표가 자진 출두함에 따라 현역 의원에 대한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법원에 체포영장의 철회를 신청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이 법원에 체포영장 철회서를 보내면 법원은 체포영장을 기각하고 이를 대검에 통보한다. 법무부는 체포동의안 철회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은 체포동의안 철회서는 국회로 보고된다.

합수단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이 있었고 어제 박 원내대표를 조사해서 48시간 체포상태에서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합수단은 박 원내대표가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한 탓에 한 차례만으로 조사로는 수사를 마무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보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조사를 마친 뒤 "황당한 의혹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를 했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잘 이해했으리라 믿는다"며 "재소환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언급, 추가 소환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자진 출석을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합수단은 박 원내대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추가 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재소환을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는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곧바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민생 현안 처리를 이유로 이번 달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면 합수단은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상 회기 중 현역의원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회동의(과반수 찬성)를 얻어야 한다. 단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구속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데는 박 원내대표의 강제구인을 막기 위한 속내가 깔려있다.

국회가 열리면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며, 이 경우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선뜻 찬성할 수는 없는 분위기라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19대 국회는 지난달 11일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과거 행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책임을 민주당도 함께 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향후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에 대비해 정 의원 구속에 대해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

따라서 새누리당으로서는 8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부담을 안기보다는 국회가 소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구속되는 것이 정치적 부담도 덜고 야당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일 수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부결되든 가결되든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가 각자의 셈법에 따라 8월 국회개원을 놓고 맞서는 가운데, 19대 국회 출범때 합의했던 각종 현안들과 산적한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요원한 상태다. ‘쇄신’을 모토로 내건 19대국회마저 여야 간 정쟁으로 식물국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생관련 법안은 첫 회기를 하루 남겨둔 2일 현재까지 단 한건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다. 또 여야가 국회 개원에 앞서 합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비리특검', '김재철 MBC 사장의 퇴출문제' 등과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추진'은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인해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시기 및 범위 문제로 인해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지난 2000년 이후 모든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MB 정부로 시기를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풀기 위한 특검 도입도 현재 답보 상태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현 정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