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간회원권 끊는 ‘골프장’이 공익시설?

국토계획법엔 ‘공익시설’-체시법엔 ‘영리시설’…감세혜택만 ‘줄줄이’

2009-11-14     류세나 기자

<골프장 난립에 얽힌 ‘비밀’>
‘골프장, 국토를 집어 삼켰다’, 전체 국토면적 0.3% 달해
지역경제 살린다더니…세금 최고 5배 ∙ 지방세 40% 감소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건설투자확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와 세수증대를 앞세웠던 정부의 ‘허술한’ 법이 골프장 난개발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8년부터 정부는 골프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에서 지속적으로 골프진흥정책을 추진해왔다. 또 공익시설인지 영리시설인지 규정도 애매모호한 골프장에 감세혜택을 안겨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또’ 골프장 사업자의 세금 납부액을 최고 5배 감소시키고 지방세 징수비율도 40%나 축소시켰다. 그나마 지역세수에 미치던 효과마저 없어진 것. 그리고 지자체마다 골프장 면적을 제한하던 규정을 폐지하고, 계획관리지역이 50%가 넘으면 생산관리지역과 보전관리지역에도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골프장 막개발 공화국’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녹색연합과 환경소송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골프장 난립 현실 진단과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우리나라 골프장 건립 현실을 진단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의 전체면적은 273㎢로 이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 전체 국토의 0.3%에 달하는 크기다. 1989년 48곳이었던 전국 골프장 수는 2007년 말 280곳으로 6배가량 증가했으며 앞으로 122곳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서 골프장 건립 ‘녹색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이유의 핵심은 정부의 골프장 입지규제 완화와 감세정책에 있다. 참여정부에 이어 현 이명박 정부도 골프장 관련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하면서 ‘몫 좋은 곳’은 어디에든 골프장 건립이 가능해졌다. 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제정했던 개발특별법도 골프장을 증가시키는 데 한 몫 거들고 있는 모양새다.

개발특별지구는 ‘골프장 특혜지구’

이와 관련 환경소송센터 정연경 사무국장은 “관광단지, 지역특구,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도시와 같은 개발특별지구 대부분이 ‘지역경제 발전’의 명목으로 골프장을 선택하고 있다”며 “또 개발특별지구 내 골프장 사업자는 지역개발 ∙ 발전을 위한 사업을 명목으로 규제특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기금 지원은 물론 토지수용권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다던 개발특별지구가 ‘골프장 특혜지구’가 된 꼴”이라고 비난했다. 

또 녹색연합은 민간 사업자라 할지라도 모든 개발특별지구에서 토지를 80% 이상 매입하면 토지 매수를 거부한 나머지 20%를 강제 수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골프장 건설을 위해 토지강제수용을 당한 건은 전국에서 14건, 강제수용된 면적은 161,4002㎡로 축구장 면적의 2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과 환경소송센터는 현행 법체계에서 골프장의 위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행 법체계에서 골프장은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공공·문화체육시설’로 규정돼 ‘공익’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이하 체시법)’은 골프장을 영리를 목적으로 한 ‘체육시설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두 법률이 공익시설과 영리시설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 이는 이윤을 목적으로 골프장을 차렸던 사업자들이 막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이와 관련 정 사무국장은 “회원들에게 억대의 연간회원권을 끊어주고 있는 ‘영리시설’인 골프장이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골프장이 공익시설에서 제외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리시설에 행 ∙ 재정적 지원 ‘꾸준’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골프장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4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지방 골프장에 대한 감세정책을 발표한 것.지역특화지구 등과 같은 개발촉진지구에 건설된 골프장은 지역경제에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면서도 이미 ‘지역개발’ 명목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이들의 지방세는 현행보다 약 40% 줄어들게 됐다. 실제로 18홀 짜리 골프장이 납부하는 세금은 연간 30억원에서 6억으로 약 24억원 감소했으며, 시군구로 편입되는 지방세도 7억2,400만원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정부는 올해 지자체별로 임야면적 가운데 골프장 면적 비율을 5%로 제한하던 규정을 폐지하고, 사업계획부지 중 40%를 산림과 수림지로 확보해야 하는 비율도 폐지했다. 또 수질기준 1A 등급 하천에서 상류방향으로 20km 이내에는 골프장 숙박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폐지하면서 사실상 골프장 규제를 전면 해지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정현 사무처장은 “정부의 ‘골프장 중과세 완화정책’에 의해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이익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면서 “연간회원권 하나가 9억 원이나 하는 골프장이 공익시설인지 영리시설인지 되물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또 지역경제 이바지는 물론이고 고용효과 역시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 한 관계자는 “18홀 규모의 골프장 운영을 위한 평균 고용인원은 150여명이며,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용창출은 비전문직에 해당하는 주방 ∙ 경비 ∙ 청소 ∙ 잡초제거 등에 종사하는 30~5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골프장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게 맞는 말이냐”며 “거품경제가 사라지면서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도산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눈 여겨봐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