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위기 돌파전략 ‘세일즈 앤 리스백’의 명과 암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2013-08-16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옥까지 팔아 현금화하려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 back) 방식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일즈 앤 리스백이란 기업이 소유하던 자산을 매각하고 리스계약을 맺어 이를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과거에는 주로 유통업계 기업들이 사용하던 이 방식을 최근 들어 다른 업계의 기업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효율성 높으나 되살시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 주의해야홈플러스는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점과 금천점, 경기 동수원점, 부산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하기로 하고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했다.이번 매각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을 비롯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도이치자산운용 등 4~5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제시한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이지스자산운용은 앞으로 부동산 펀드를 조성, 6060억원에 4개 매장을 모두 인수하고, 홈플러스는 이 자금을 부채상환에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하이트진로도 최근 서울 서초동 사옥을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엠플러스자산운용에 1340억원에 매각했다. 하이트진로는 매각한 사옥을 향후 20년간 임대해 사용한 뒤 재매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SK그룹의 계열사인 SK네트웍스 역시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지역의 일부 건물을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1500억∼18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즈 앤 리스백 주목받는 이유
이처럼 기업들이 세일즈 앤 리스백을 활용하는 이유는 외부로부터 돈을 차입하지 않고도 유휴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기관에서 돈을 차입할 경우 최근 들어 더욱 깐깐해진 대출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현금을 확보한다고는 해도 향후 변제해야할 채무와 이자가 남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면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토지나 건물 등의 자산을 그냥 갖고 있는 것은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즉 주력사업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국내외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중요도가 낮은 유휴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을 이용하면 계약 옵션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 할 수도 있고, 완전히 팔아치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며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통해 주력사업이나 기업이 추진 중인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리스크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만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물 등 부동산의 가치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매도 시점과 매수 시점의 가격 차이로 인한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일례로 한화그룹은 지난 2003년 대한생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증권 빌딩과 장교동 현암빌딩 등을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가 수년 후 재매입 하는 과정에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한화증권 여의도 사옥의 매각 당시 금액은 1383억원 이었지만, 재매입시점에는 건물의 가치가 크게 올라 3201억원에 매입했고, 장교동 현암빌딩도 2002년 1860억원에 매각했다가 2007년 2월 두 배에 달하는 3500억원에 다시 사온 바 있다.이와 관련 시중의 한 자산신탁회사 관계자는 “기업이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부동산을 재매입할시 최초 계약옵션에 따라 미리 정한 가격 혹은 시장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어느 방식을 택하든 부동산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따라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계약 시점에서 이 같은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조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