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벅벅’ 긁으며 일하는 농협 여직원들

16만원짜리 국산이라더니 라벨은 ‘CHINA’…봉제선 ‘툭툭’ 터지고 가려움증 유발 ‘정말 국산 맞아?’

2009-11-28     류세나 기자

<악재행진 농협중앙회 이번엔 ‘근무복’ 논란>

‘꼬까옷’ 입고 피부병으로 ‘엉엉’…노조 ‘중국제조’ 의혹 제기
농협 “제작 업체의 중국생산∙인체유해 원단 여부 조사 중”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악재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어 여성근로자들에게 중국산 근무복을 국내산으로 속여 지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전국농협노조에 따르면 농협측이 창구 여직원들에게 공급한 동계 근무복을 입기 시작한지 약 일주일 뒤부터 전국에서 가려움증, 발진 등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노조에 접수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농협측이 국내산이라고 주장했던 근무복에서 ‘중국산’이라고 적혀진 라벨까지 발견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부발진을 일으키는 저질 근무복을 공급한 농협중앙회는 공개사과하고 근무복을 다시 제작해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여명의 조합원들은 “근무복은 직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착용해야하는 업무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이라면서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응대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우리는 정작 피부발진으로 온 몸을 긁고, 봉제선이 툭툭 터지는 옷을 입고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농협중앙회와 노조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동계근무복은 지난 9월 중앙회 및 전국 농협 여성근로자 3만여명에게 1인당 7pcs(자켓, 치마, 바지, 블라우스 2장, 가디건, 니트)가 1세트로 구성된 근무복이 지급됐고, 이들은 11월 초부터 근무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꼬까옷’을 입고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일해야 할 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이 새 근무복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근무에 지장이 있을 만큼 불편하게 제작된 것은 물론이고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와 관련 전국농협노조 남주연 여성부국장은 “블라우스의 경우 물빠짐도 심하고 재질이 나빠 일부 근로자들은 피부발진,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을 호소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면서 “해당 조합원은 ‘주말에 일을 쉬고 있을 때는 발진이 가라앉았다가도 월요일에 출근해 근무복만 입으면 또 다시 온몸이 울긋불긋해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남 부국장은 이어 “게다가 치마와 바지에 안감이 덧대있지 않고, 봉제선이 벌어지는 등 싼 가격에 대충대충 제작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날 노조는 현재 여성근로자들이 입고 있는 동계 근무복을 공개했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블라우스 목 부분에 분홍색 물빠짐 현상이 뚜렷이 드러났으며, 두개의 천이 맞닿아 있는 부분은 양손으로 살짝만 당겨도 사이가 벌어졌다. 또 천이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마와 바지에 안감이 들어있지 않아 피부에 까실까실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1월 약 한 달간 여성근로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근무복 만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설문결과 조사대상자 중 96.2%가 불만족을 표시했으며, 이중 87.3%가 원단의 재질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16만원 VS 6만원’…제작원가, 어떤 게 맞아

저가 원단 사용에 따른 비용 차이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중앙회측이 “국내업체에 의해 국내에서 생산된 벌당 16만원 상당의 옷”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조측은 “6만원 정도면 생산할 수 있는 값싼 근무복”이라는 것. 농협측이 주장한 가격의 3분의 1정도면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는 게 노조측 입장이다. 이와 관련 노조 한 관계자는 “국내 의류업체 등에 의뢰해 원가감정을 한 결과 근무복 1벌 제작시 6만7천원선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3만여 명분을 제작할 경우 원가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또 “농협측은 원단 공급 및 봉제 등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제작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중국산 라벨이 부착된 근무복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또 농협 근무복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는 부분을 절단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며 근무복의 중국산 제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노조가 공개한 근무복 라벨에는 제조지가 적혀 있는 부분에 가위로 절단된 흔적이 보였으며, 일부는 ‘made in china’라는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다. 라벨제거 아르바이트생들의 실수(?)로 일부 근무복에 생산지 라벨이 절단되지 않은 채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것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중국산 제조? 우리는 모르는 일”

하지만 농협측은 근무복 중국제조, 그로 인한 부당차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노조측이 주장하고 있는 피부발진과 같은 사례가 중앙회로 접수된 건은 오늘(11월 24일)까지 단 한건도 없다”면서 “근무복 제조를 맡긴 5개 의류업체에 중국산 제조사실을 확인한 결과 5개 업체 모두 ‘사실없음’을 문서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업체의 생산방식 대해 중소기업청 및 중소기업중앙회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근무복 원단이 인체에 유해한 지에 대해서는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분석을 맡겼다”면서 “조사결과 근무복이 중국산 또는 OEM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확인되면 해당업체들에 대해 계약 조항 불이행 등 법적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책임은 농협측이 아닌 해당업체에 있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근로자들에게 돌아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선 분석결과가 나와야 모든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원칙고수의 입장을 밝혔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성근로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와 관련 노조측 한 관계자는 “피부발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자비로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구입해 입고 있다”면서 “중앙회 실책임자들은 원칙을 내세우기 전에 직원들의 고충을 먼저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