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했던 여중생, 번개男 만나러 갔다 ‘죽음’ 벼락 맞았다

채팅서 만난 ‘오빠’따라 술 마신 후 성폭행 당해…만취 상태로 버려져 저체온증으로 ‘사망’

2009-11-28     류세나 기자

<일산 여중생 사망사건 풀스토리>

체내서 DNA 발견돼 번개男 범행전모 들통
함께 ‘번개원정’ 떠났던 친구 ‘나 홀로’ 귀가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 15일 밤 11시 20분경 경기도 일산동구 모 아파트 경비실 화장실에 여중생 윤모(15)양이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원들은 윤양을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했지만 윤양은 이내 숨지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윤양은 발견됐을 당시 옷이 그대로 입혀져 있던 상태였으며,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게다가 윤양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도 아니었다. 지하철로 약 40여분 떨어진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 자신이 사는 지역도 아닌 곳에, 그것도 한 아파트 ‘경비실 화장실’에 윤양이 홀로 쓰러져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건을 <매일일보>이 취재했다. 
 

경기도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쓰러져 있던 윤양은 당일 오후 번개팅(즉석만남)으로 만났더 김모(18)군, 이모(18)군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이들은 이날 윤양이 발견된 아파트 옥상계단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술자리에는 숨진 윤양 외에 윤양의 같은 학교 친구 전모(15)양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군 등은 경찰조사에서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셨는데 윤양과 전양이 술에 취해 쓰러져 경비실 옆 화장실에 앉혀놓고 갔다”면서 “불안해서 몇 시간 뒤 다시 와보니 전양은 없고 윤양만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경찰에서 밝힌 진술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숨긴 부분이 있었던 것.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숨진 A양의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숨진 윤양의 체내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김군과 이군의 DNA가 남아 있음을 밝혀내고, 이들을 추궁한 결과 성폭행 등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이에 일산경찰서는 김모군과 이모군에 대해 술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경비실 옆 화장실에 두고 달아난 혐의(유기치사 및 강간치상)로 지난 24일 구속했다.

목적달성(?) 후 버려놓고 ‘Bye-Bye’

경찰에 따르면 며칠 전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이들 중 두 명의 남학생, 여학생은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휴대폰 번호를 교환한 후 친구와 함께 ‘2대 2’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 날짜가 바로 범행이 일어나던 지난 15일이었던 것. 토요일이었던 터라 일찍 하교한 윤모양 등은 ‘번개남’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은평구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향했다. 오후 3시 30분경 일산 모처에서 만나 노래방으로 직행한 이들은 한 시간 가량 노래를 부른 후 첫 대면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술을 마시기로 결정했다. 슈퍼마켓에서 소주 6병과 맥주 1.5ℓ 1병을 산 이들이 선택한 장소는 인근 아파트 옥상 계단. 오후 5시경 해당 아파트로 올라간 네 명의 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여학생들만 게임에서 져서 술을 마시게 됐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내 만취 상태가 됐다. 경찰조사결과 김군 등은 이 같은 상황에서 술에 취한 윤양을 상대로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윤양과 함께 ‘일산원정’을 떠났던 전양은 어떻게 됐을까. 다행스럽게도(?) 당시 전양은 술을 깨기 위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고, 그 사이 김군 등의 범행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적달성(?)을 이룬 이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신 지 1시간여 만에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이들의 행적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올라갈 때는 멀쩡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던 두 여학생들이 1시간여 만에 축 쳐진 채로 남학생들에 의해 부축을 받고 나온 것.밖으로 나온 김군 등 두 명의 남학생은 윤양과 전양을 아파트 경비실 화장실에 남겨놓은 채 각자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둑이 제 발 저려 찾아갔다 덜미

하지만 이들을 버려놓은(?) 김군, 이군의 마음이 편했을 리 만무했다. 이들은 두 여학생들에게 몇 시간 째 연락이 없자 같은 날 밤 11시 20분경 윤양 등을 남겨뒀던 화장실로 다시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곳에는 전양은 온데간데없고 윤양 혼자 쓰러져 있었다. 전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와 관련 전양은 경찰에서 “8시 30분경 눈을 떠보니 화장실 안이었다”면서 “친구를 흔들어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아 혼자 집에 갔다”고 진술했다. 함께 있던 친구마저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술에 취해 있던 윤양을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고, 결국 윤양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와 관련 김군 등은 경찰에서 눈물로 용서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경찰서에서 만난 가해학생들은 너무도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 범행이 일어난 지 십 여일이 지난 탓인지 김군 등은 적막과 무게감이 흐르는 경찰집무실에서 잡다한 대화를 나누는 등 아직은 철이 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가해학생들은 범행을 목적으로 만났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창 性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나이다 보니 그들의 주장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면서 “범행당시 가해 학생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나이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유족들은 물론이고 가해학생의 부모 역시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윤양의 사인은 저체온증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은 부검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