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기다렸다 삼성주총"…주총장 지켜라 '특명'

2006-02-21     파이낸셜투데이

'삼성전자 vs 참여연대'…악연으로 이어지는 내막??
윤 부회장 "왜 남의 주총장에 와서 시끄럽게 하나" 공격발언
참여연대 "주식은 단 1주만 있어도 발언권이 있다" 당연하지!

삼성전자측 지난해 순이익 호조-참여연대측 입장 설명
올해 정기주총 비전 공유하는 '축제의 장' 만들겠다

오는 2월28일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별다른 소동 없이 치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가 올해도 삼성전자의 주총에 참가해 삼성카드에 대한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 등 껄끄러운 부분을 문제 삼으며 총공세를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몸싸움까지 벌어졌던 지난해 주총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 경영진과 참여연대 간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2월27일 중앙일보 빌딩 내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던 삼성전자 주총은 검은 양복 앞가슴에 '안내' '진행' 등의 명찰을 단 건장한 보안요원들이 주총장 양쪽 복도에 늘어서서 매서운 눈초리로 이곳 저곳의 소란을 쏘아보고 있는 등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됐다.
취재기자들은 아예 주총장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별도 장소에서 TV를 지켜보며 기사를 쓸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주총이 시작되자 의장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매출 43조5천820억원, 순익 5조9천590억원이라는 전년도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순차입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며 삼성의 우수성을 자랑한 뒤 2003년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과 이사 선임 및 600억원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3가지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참여연대와 소액주주 등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가진 주주 500여명은 회사측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각 안건마다 이의를 제기하는 등 사사건건 충돌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전자의 투자자산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삼성카드"라면서 삼성카드 지분에 대한 처분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삼성전자가 2003년 삼성카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드러났음에도 또 다시 1조5천억원의 유상증자에 재참여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따지기도 했다.참여연대는 또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사장 등은 정치인과 정당에 어떤 불법적인 기부금이나 경비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하도록 한 삼성전자 윤리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 며 이들의 징계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정치자금 제공 사안은 현재 검찰에서 조사중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 없다"며 "조사가 끝나면 이사회가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항의성 발언이 계속되자 윤 부회장은 참여연대에 발언권을 줄 수 없다며 마이크를 거두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윤 부회장은 총회 진행 도중 마음에 안 드는 발언을 하는 주주에게 "나도 주주인데 당신들 주식은 얼마나 되나", "왜 남의 주총장에 와서 시끄럽게 하나", "정신 나간 사람"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윤 부회장의 이러한 거친 진행으로 원성이 이어졌고, 참여연대는 "주식은 단 1주만 있어도 발언권이 있다"며 반박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이러한 팽팽한 대치상황에서 경비직원들이 발언중인 참여연대 회원의 마이크와 플래카드 등 홍보물을 뺏으려고 했고, 발언권을 제지당한 참여연대 멤버 5명은 끝내 퇴장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용역요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참여연대 회원 일부가 다쳐 병원에 실려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처럼 발언을 봉쇄하는 것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이름이 더 이상 오르내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주주들의 자유로운 질의와 발언권을 막고 주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주총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주주총회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취재를 하러 왔던 한 외신 특파원은 포천지와 타임지에 오르내리는 1등 기업 삼성의 주총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결국 "돌발적인 소요사태가 발생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경비원들이 의도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고 기자회견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밀려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해명성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현재 참여연대는 이번 삼성전자 주총에서 삼성카드 증자 참여 여부, 김인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의 문제점, 삼성자동차 부실채권 해결을 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재 추가 출연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번 주총에는 소액주주를 대표해 참여연대 측에서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인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카드가 지난 1월말 1조2천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함에 따라 46.0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총과 몇차례의 투자자설명회를 통해 장기적으로 삼성카드의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혀 온 만큼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출자 반대를 요청키로 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회생과 이익 창출 가능성이 불투명한 삼성카드에 큰돈을 쏟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주 사장의 이사 재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자격 문제를 들어 반대할 방침이다.
김 사장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고, 1999년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6명에게 주당 7천150원이라는 싼 값에 주식을 살 권리를 줬을 당시 SDS의 감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등기이사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에도 김 사장에 대한 회사측의 징계를 촉구했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삼성자동차 부실채권 문제 해결을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추가출연도 정식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지난 1999년 삼성자동차 부실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명목으로 이 회장이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도 채권 해소가 힘들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이 회장이 개인 재산을 내놓아 이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은 전체 지분의 17.5%인 350만주였는데 그 당시 주당 70만원으로 산정받은 바 있다.

당시 삼성과 채권단은 합의서에서 삼성생명 주식 매각시 주당 가격이 70만원에 못미치면 주식을 더 내놓고 그래도 부족하면 삼성 계열사가 공동 책임을 지기로 했지만, 계열사에 책임을 넘기지 말고 이 회장이 개인재산을 내놓아 해결한다는 게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이러한 참여연대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도 대응전략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삼성카드 증자 참여 문제는 삼성전자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다.
삼성카드가 일시적으로 부실이 발생했지만 최근 영업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김인주 사장 등기이사 재선임과 관련해서는 김 사장이 삼성 재무팀장으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재인식시킨다는 입장이다.
특정 사안에 있어서는 김 사장에게 과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삼성 재무팀장으로서 김 사장의 능력을 훼손시키지는 않는 만큼 등기이사 재선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차 부실채권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정리한 이후 삼성차와 관련된 모든 채권은 채권단에 일임한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는 삼성차 부실채권 처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현재 뉴브리지캐피탈과 이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측은 일단 겉으로는 지난해 순이익이 100억달러를 넘는 등 경영성적이 좋은 점 등을 들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내심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작년 주총때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에 앞서 참여연대측에 충분히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주총장에서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주총을 참여연대와 격돌의 장이 아닌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방침을 세워놓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기본 틀 안에서 주요 현안의 해결책을 검토하고 이에 대해 주주들의 이해를 구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아 참여연대와 주주들에게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참여연대가 지난해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권이 봉쇄되고 폭력에 노출됐다는 이유 등으로 제기한 주총결의 취소 소송은 최근 1심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