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 횡령사고 끊이지 않아...'고객 돈은 내돈?'
윤리교육·시스템보완도 허사...철저한 내부통제시스템 절실
2013-08-28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지난해 수차례 해킹 및 전산망 장애로 물의를 빚었던 농협이 이번엔 직원들의 잇단 횡령 사고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 곳곳의 지점에서 직원들이 고객 돈과 회사 공금을 멋대로 유용한 사실이 잇따라 사정당국의 수사망에 적발되며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는 것. 이 같은 농협 직원들의 횡령 및 유용 문제는 해마다 국감에서 지적돼 온 사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고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피해금액만 무려 670억에 달해…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농협의 윤리경영 이념에 금이 가고 있다. 직원들에 의한 고객 돈 횡령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청렴한 농협’, ‘투명한 농협’, ‘깨끗한 농협’을 구현해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금융리더를 만들겠다는 스스로의 목표에 먹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횡령에 멍드는 농협
28일 부안경찰서는 고객예금 수 억 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부안 지역의 한 농협 직원 김모(37․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김씨는 2005년1월부터 7년간 농협 고객3명의 예금 6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농협 자체감사가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다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전북 익산 지역의 한 원예농협 직원이 2005년부터 7년간 고객돈 4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고, 6월엔 영주 모 농협 조합장이 지역차원의 거대한 횡령 비리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아울러 5월엔 경북지역 농협 산하 축협 여직원이 고객돈 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전해져 빈축을 샀고, 4월엔 옥천지역의 농협에서 직원이 3억원 가량의 공금을 빼돌렸다 감사에서 적발돼 고발조치 되기도 했다.이 외에도 금산 인삼농협에선 조합장의 공금횡령 비리사건에 연루된 직원이 자살하거나, 고객 돈 1억5000만원을 빼돌려 도박으로 탕진한 수원지역 모 원예농협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는 등, 올 들어 거의 매달 금융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매년 반복되는 문제
사실 농협 직원들에 의한 횡령사고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돼 온 문제다. 농협이 지난해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농협중앙회와 조합 직원들에 의한 횡령 및 유용 등의 금융사고 수는 총 411건이며, 그 금액만 무려 669억 7400만원에 달한다.구체적으로는 중앙회에서 총 152건의 사고와 346억3500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했고, 조합에서 259건에 346억35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매년 평균적으로 60여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횡령 및 유용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중앙회와 조합을 가릴 것 없이 금융사고가 터져 농협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있다”며 “어느 해에는 유달리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또 줄어드는 듯 했다가 다시 늘어나는 불규칙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농협이 금융사고를 방지할 확실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에 급급한 결과”라고 질타한 바 있다.근본 대책마련 시급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횡령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윤리교육이나 시스템 보완 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도 그럴 것이 교육이나 내부적인 통제시스템을 강화한다고 해도 수천~수만에 달하는 직원들의 비위를 일일이 감시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때문에 일각에선 금융당국 차원에서 시중 은행의 금융 사고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등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소원 관계자는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만으로는 금융 사고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지 말고,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금융당국에서도 강력한 처벌시스템을 갖춰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