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공정위, 논리공방…재벌정책 맞장?
강 위원장 "공정위 재벌 혼내주는 기관 아니다"
"출총제 대상 5개이하땐 폐지검토"…재계, 경제도 어려운데…
양자간 이러한 갈등은 물론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 규제를 둘러싼 대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서로의 자존심을 이렇게 심하게 건드린 건 처음이라 상당기간 냉기류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투자 소비 심리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6일 '공정위의 기능 사건처리절차의 국제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의 위상과 기능, 위원장의 역할 등을 일체 부정하고, 공정위의 경제력 집중 억제기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정위의 존재 근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즉각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선진국처럼 공정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운영 취지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일본 공정취인위원회가 지난 2002년에 경제력집중억제 기능을 폐지한 것을 부각시킨 뒤 공정위도 순수한 경쟁정책기구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공정위의 핵심권한인 지분제한ㆍ출자제한ㆍ부채비율ㆍ채무보증규제 등을 다른 부처로 넘기라고 주장도 서슴없이 했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공격도 신랄하게 해댔다.
보고서는 공정위 조사에 대한 승인을 비롯,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위원장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 위원장의 독단을 은근히 비꼰 뒤 주요 사항을 투표로 결정해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밖에 공정위가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위원 상호간은 물론 행정부로부터도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회 인준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 FTC나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를 벤치마킹해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원도 국회 동의나 추천을 받도록 해야 하며, 위원들간의 상하관계도 대등한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를 이렇게 공격한 날은 공교롭게도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강 위원장을 초청해 토론을 벌인 날이었다.
이러다 보니 전경련의 보고서 발표는 다분히 의도적인 선제공격용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 위원장은 "출총제 졸업기준이 나중에 또 바뀔 것이라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면서 "계좌추적권도 부당내부거래가 없어진다면 3년 뒤부터는 없앨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의 기조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토론회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냉기마저 감돌았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운동권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듯이 재벌 친인척 소유지분을 공개해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고 있다"고 강 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러한 잇따른 공격에 대해 강 위원장은 "공정위에서 재벌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15%에 불과한데도 시장의 반응이 워낙 커 재벌을 혼내주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억울하다"고 맞받아쳤다.
강 위원장은 또 "선진경제로 발전해 순환출자가 해소되면 이같은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는 발언으로 이들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공정위가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은 말이 안된다"면서 "경제적 평등도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쏘아붙였다.
전경련과 공정위의 이러한 공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재계가 모처럼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진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돌발사태가 터져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