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 ‘갑의 횡포’ 너무하네!

정관장 가맹점주들 “인삼공사가 불공정 계약 강요” 공정위 제소

2013-08-29     성현 기자

[매일일보 성현 기자] 한국인삼공사(KGC)가 정관장 가맹점주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일방적으로 가맹점 보호조항을 없애는 등 불공정 계약 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될 전망이다.

더구나 인삼공사는 전국 750개의 가맹점을 두고도 대형마트·인터넷·약국 등을 통해 자사제품을 대량 유통시켜 가맹점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이같은 행위들은 공정거래 관련법에 배치됨은 물론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에도 어긋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영업권 보호 조항 슬그머니 사라져
인터넷쇼핑몰·대형마트 통해 버젓이 이중판매
가맹점주들 생존권 요구에 ‘나몰라라’ 일관

정관장가맹점협회의 정봉규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매일일보>에 “가맹본부인 인삼공사가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에 불리한 조항을 요구해왔다”며 “자문 변호사와 협의해 공정위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관장가맹점협회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정관장 가맹점 750여개 중 570여명의 가맹점 점주들이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협회 측에서 인삼공사 측에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계약서에서 갑자기 사라진 영업권 보호에 관련된 조항.협회에 따르면 인삼공사는 지난 2004년 12월 ‘정관장’ 가맹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가맹점주들과 사업계약서에 ‘가맹점의 영업권을 배타적·포괄적으로 보호한다’는 내용을 넣었다.인접한 지역에 다수의 가맹점이 들어섬으로 말미암아 ‘제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하지만 이 조항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가맹점주들과의 협의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곧 기존 점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다른 ‘정관장’ 매장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이는 ‘가맹계약기간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안에서 자기의 직영점을 설치하거나 가맹점사업자와 유사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5조 6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정 사무총장은 “기본 계약기간이 3년이고 계약 갱신은 1년 단위로 체결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업지역 보호조항이 사라졌다”며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이 달린 중요한 내용임에도 인삼공사 측의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또 “가맹점주들이 계약 전에 이런 부당한 사실을 인지했더라도 이미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아부은 가맹점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갱신해 왔다”며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 계약해지는 곧 전부를 날리게 되는 것이라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하소연했다.인삼공사의 이같은 처사는 중소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추세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최근 들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치권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모토로 내걸고 앞 다퉈 경제민주화 법안을 제·개정하고 있다.이런 추세에 발맞춰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파리크라상(파리파게뜨, 던킨도너츠 등)와 GS리테일(GS25)는 골목상권을 보장하는 한편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재고시키기 위해 일정 범위 내 신규출점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공정위도 지난 4월 제과·제빵에 대한 신규출점을 제한한데 이어 7월부터는 치킨·피자업종도 일정범위 내 신규 출점을 제한시켰다.하지만 인삼공사는 이런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며 ‘영업지역 보호조항’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겹치기 유통…독점권 유명무실

인삼공사 측은 “애초부터 영업지역 보호 조항이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매일일보> 취재 결과 계약서에 ‘영업권을 보호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협회가 인삼공사를 성토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삼공사 본사 차원에서 직접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면세점, 인터넷쇼핑몰에 정관장을 유통·판매해 가맹점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가맹점에 공급되지 않는 제품도 버젓이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각종 홍삼·인삼류 제품들을 대형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홍삼음료인 굿베이스 등은 가맹점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이지만 편의점과 홈쇼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판매가격도 쇼핑몰 자체의 할인행사나 카드사 제휴할인 등을 통할 경우 가맹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5~10%가량 싸게 살 수 있다.특히 인삼공사는 이와 관련된 가맹점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지난 2010년 9월 7일 방광혁 마케팅실장은 인상공사-가맹점주 간에 매출이나 공지사항을 공유하는 전산프로그램인 ‘포인트 오브 세일즈’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정관장을 조속한 시일 내로 철수시키겠다는 공지를 냈다.하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정관장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정 사무총장은 “인삼공사는 가맹점들의 개인 투자를 받아서 영업하는 가맹본부임에도 가맹점에 제공되는 제품을 대형 유통업체에 똑같이 공급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가맹점이 인터넷 등으로 파는 것은 막으면서 가맹점에 들어오지 않는 제품까지 다른 유통망으로 판매해 점주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협회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정관장 제품이 판매되는 대형 유통업체의 수는 전국적으로 160여곳에 달한다. 인삼공사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달 2만개가 넘는 약국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이에 대해 인삼공사 측은 “편의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가맹점에 없는 상품이거나 소수의 홍삼음료 뿐이며 굿베이스가 자리를 잡으면 정관장을 철수시킬 것”이라면서 “가맹점주가 원하면 인근 백화점이나 마트의 운영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삼공사 모르쇠? 시간끌기?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인삼공사 측은 협상에 나서 상생발전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정 사무총장은 “인삼공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협상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실례로 인삼공사는 지난달 24일 협회 회원 300여명이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려 하자 원성희 영업본부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 이달 13일까지 합의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무마시켰지만 현재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이에 정관장가맹점협회 회원 420여명은 지난 23일 서울 인삼공사 본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가졌었다.이와 관련, 인삼공사 측은 “가맹점주들은 수익성이 낮아져 어렵다고 하는 데 회사 측이 집계한 바로는 1개 매장당 연평균 매출이 6억원에 달하고 계약 해지율도 5% 이하일 만큼 사정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인삼공사는 민간기업이지만 버젓이 ‘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다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사용해온 ‘정관장’(정부가 관장하는 공장)이라는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공적 의미’를 지닌 민간기업으로 분류된다.한국인삼공사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된 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설립한 회사다. 현재도 국내 인삼시장의 70%를 인삼공사 정관장이 독차지하고 있다.과거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국민적 신뢰를 받아온 인삼공사의 이같은 행태는 가맹점주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