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 ‘갑의 횡포’ 너무하네!
정관장 가맹점주들 “인삼공사가 불공정 계약 강요” 공정위 제소
2013-08-29 성현 기자
[매일일보 성현 기자] 한국인삼공사(KGC)가 정관장 가맹점주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일방적으로 가맹점 보호조항을 없애는 등 불공정 계약 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될 전망이다.
더구나 인삼공사는 전국 750개의 가맹점을 두고도 대형마트·인터넷·약국 등을 통해 자사제품을 대량 유통시켜 가맹점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이같은 행위들은 공정거래 관련법에 배치됨은 물론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에도 어긋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영업권 보호 조항 슬그머니 사라져
인터넷쇼핑몰·대형마트 통해 버젓이 이중판매
가맹점주들 생존권 요구에 ‘나몰라라’ 일관
겹치기 유통…독점권 유명무실
인삼공사 측은 “애초부터 영업지역 보호 조항이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매일일보> 취재 결과 계약서에 ‘영업권을 보호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협회가 인삼공사를 성토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삼공사 본사 차원에서 직접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면세점, 인터넷쇼핑몰에 정관장을 유통·판매해 가맹점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가맹점에 공급되지 않는 제품도 버젓이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각종 홍삼·인삼류 제품들을 대형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홍삼음료인 굿베이스 등은 가맹점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이지만 편의점과 홈쇼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판매가격도 쇼핑몰 자체의 할인행사나 카드사 제휴할인 등을 통할 경우 가맹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5~10%가량 싸게 살 수 있다.특히 인삼공사는 이와 관련된 가맹점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지난 2010년 9월 7일 방광혁 마케팅실장은 인상공사-가맹점주 간에 매출이나 공지사항을 공유하는 전산프로그램인 ‘포인트 오브 세일즈’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정관장을 조속한 시일 내로 철수시키겠다는 공지를 냈다.하지만 여전히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정관장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정 사무총장은 “인삼공사는 가맹점들의 개인 투자를 받아서 영업하는 가맹본부임에도 가맹점에 제공되는 제품을 대형 유통업체에 똑같이 공급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가맹점이 인터넷 등으로 파는 것은 막으면서 가맹점에 들어오지 않는 제품까지 다른 유통망으로 판매해 점주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협회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정관장 제품이 판매되는 대형 유통업체의 수는 전국적으로 160여곳에 달한다. 인삼공사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달 2만개가 넘는 약국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이에 대해 인삼공사 측은 “편의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가맹점에 없는 상품이거나 소수의 홍삼음료 뿐이며 굿베이스가 자리를 잡으면 정관장을 철수시킬 것”이라면서 “가맹점주가 원하면 인근 백화점이나 마트의 운영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삼공사 모르쇠? 시간끌기?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인삼공사 측은 협상에 나서 상생발전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정 사무총장은 “인삼공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협상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실례로 인삼공사는 지난달 24일 협회 회원 300여명이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려 하자 원성희 영업본부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 이달 13일까지 합의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무마시켰지만 현재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이에 정관장가맹점협회 회원 420여명은 지난 23일 서울 인삼공사 본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가졌었다.이와 관련, 인삼공사 측은 “가맹점주들은 수익성이 낮아져 어렵다고 하는 데 회사 측이 집계한 바로는 1개 매장당 연평균 매출이 6억원에 달하고 계약 해지율도 5% 이하일 만큼 사정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인삼공사는 민간기업이지만 버젓이 ‘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다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사용해온 ‘정관장’(정부가 관장하는 공장)이라는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공적 의미’를 지닌 민간기업으로 분류된다.한국인삼공사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된 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설립한 회사다. 현재도 국내 인삼시장의 70%를 인삼공사 정관장이 독차지하고 있다.과거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국민적 신뢰를 받아온 인삼공사의 이같은 행태는 가맹점주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